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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급한데..'산업스파이 철퇴법' 국회서 제동

백주아 기자I 2024.01.10 05:50:00

■비상 걸린 경제 안보
8일 법사위, 산업기술보호법 통과 불발
벌금 최대 65억·배상액 5배 등 처벌 강화
해외합병 정부승인 의무화 조항에 野반발
업계 "시간끌다 다 놓쳐 …독소조항은 우려"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마련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에 대한 여야 공감대는 마련됐지만 해외 인수합병(M&A)건에 대한 정부 승인 의무화 등 일부 조항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산업 스파이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국가핵심기술 유출 시 65억원 이하의 벌금, 산업기술 유출 시 3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산업기술 침해가 고의로 인정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현행 3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처벌 수위를 높여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을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현행법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형, 산업기술 유출 시 징역 15년 이하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처벌 수위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개정안 13건 병합심사를 통해 대안 입법을 마련했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대목은 핵심기술 기업의 일괄 신고 및 등록을 의무화한 점이다. 산업부는 국가기술 보호를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지만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해외 인수합병(M&A)건에 대해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기업 활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핵심기술 여부 등을 정부가 판단해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권력 남용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반발로 제동이 걸리자 산업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국인 공동신고제도는 주로 적대적 M&A 방지를 위해 도입된 것”으로 “국내 대상기업과 합의에 의해 진행하는 M&A는 통합신고 등 절차를 마련 기업과 투자자 등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여야는 추후 재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나 업계는 기술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벌금 상향 외 양형 기준을 강화해 기술유출 범죄의 중대성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기술유출건에 징역 30년형으로 강하게 일벌백계해 철저히 관리하지만 국내는 처벌에 너무 약한 게 현실”이라며 “대표적 화이트칼라 범죄로 보고 기술유출 범죄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지 않으면 결코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야가 시간 끄는 정쟁을 거두고 입법 마련에 힘 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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