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성폭행 피해자와 기혼 수사관의 사적인 만남, 진실은

이준혁 기자I 2023.07.11 07:51:47

지난해 성폭행 범죄 조사 과정서 처음 만나
조사 마치고 사적 식사자리…“남자 70%가 외도 꿈꿔”
“딸 뻘인 피해자에 남자 조심하라는 취지 조언”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경찰 수사관이 성폭행 피해자를 사적으로 만나 부적절인 언행을 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전날 오전 전북경찰청 군산경찰서 소속 A경감에 대한 수사 감찰 및 심의 진정서가 접수됐다고 연합뉴스는 11일 밝혔다.

진정서와 녹취록에 따르면 A경감이 지난 5월 성범죄 피해자인 B씨와 군산시 은파호수공원 인근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A경감은 기혼인 50대 남성이며, B씨는 20대 초반 여성으로 이 둘은 성폭행 범죄 조사 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따로 만난 자리에서 A경감은 “남자는 나이를 먹으면 욕망은 그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감이 떨어진다”며 “젊은 사람 만났을 때 정말 예쁘다, 저 여자와 데이트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70%가 외도를 꿈꾸고, 30%는 바람을 피운다”며 “남자 입장에서 봤을 때 누군가가 대시한다 그러면 쉽게 무너지는 거다”라 했다.

A경감은 대화 도중 “과연 내가 저 여자한테 대시했을 때 저 여자가 나를 받아줄까?” “아 근데 내가 가정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 등의 수습성 발언도 이어갔다.

(사진=게티이미지)
B씨는 지난해 7월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숙소를 뛰쳐나오며 미군 장병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위에 알렸다.

경찰은 해당 장병을 준강간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B씨가 심신 상실이나 항거 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사건을 불송치했다.

B씨는 변호인을 통해 “강간 피해를 본 성폭력 피해자로서 저의를 알 수 없는 수사관의 발언 때문에 매우 불쾌했다”면서 “해당 수사관은 사건에 대한 신고 취하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경감은 “여성이 먼저 저녁을 사달라고 했다”며 반박했다.

그는 “조사를 마친 B씨가 택시를 타고 왔다면서 터미널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며 “가는 도중에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호수공원 인근 음식점에 가자고 해 밥을 먹으며 이야기했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이어 “내가 딸만 둘이 있는데 피해자와 비슷한 나이”라면서 “피해자가 딸 뻘이어서 남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해 준 건데 그 말을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진상 확인을 거쳐 수사관에 대한 처분을 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