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거 얼마 차이 난다고 그러느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돈 1000~2000원에 냉정해지고, 정말 쉽게 선택에서 제할 수 있다는 게 배달음식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요즘처럼 물가가 부쩍 오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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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촌치킨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지난달 치킨값을 최대 3000원 올렸다가 소비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인상 전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하고 있어서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똑같은 음식을 3000원이나 더 주고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하다. ‘안 시켜 먹으면 되지’로 결론 난다.
사실 그렇게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미 전국에는 헤아릴 수 없는 치킨 전문점들이 고객의 주문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는 2만9373개의 치킨집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치킨 브랜드가 가격이 올라 선택 목록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눈물겹거나 아쉽지도 않다. ‘그런가 보다, 앞으로는 사 먹지 말아야지’ 정도의 생각이 머릿속을 잠깐 스칠 뿐이다.
가격을 올리고 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는 몰라도, 교촌치킨은 배달앱 서비스를 통해 3000원 할인에 나섰다. 가격을 올리고 올린 가격만큼 할인해주는 이른바 ‘조삼모사’ 전략을 택한 셈이다.
결국 원래 가격을 받는 것이니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할인 행사를 멈추고 이 오른 가격을 받을 것이란 점이 마음 한켠에 남는다.
가격 인상 정책의 이면을 뜯어보면 회사 측 속사정이 있다. 교촌에프앤비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174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9% 증가에 그쳤는데, 영업이익은 78.4% 급감했다. 실속 지표인 영업익이 크게 빠진 상황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마진 개선 해결책은 결국 가격 인상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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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서비스 요기요는 최근 월 9900원 배달 구독서비스를 내놨다. 이름은 요기패스X다. 이 서비스는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요기패스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최소 주문 금액 1만7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원래는 2만원을 시켜야 배달료가 무료인데, 사용자들의 소비 데이터를 반영한 결과 3000원을 내려 잡았다고 한다.
‘그래도 한 4~5건 배달을 시키면 남는 장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요기패스X의 관건은 내가 시켜먹고 싶은 ‘그 가게’가 그날 요기패스X 배지가 적용되느냐 여부다. 요기패스X가 하루 단위로 바뀌는 만큼 자칫 ‘어 어제 있던 000 음식점이 오늘은 안되네’라는 반응이라도 나오면 월 9900원 배달 구독서비스는 비싸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 인식은 비단 요기요 뿐만은 아니다. 쿠팡이츠는 와우 회원이면 모든 주문에 대해 5~10%씩 할인을 제공하는 ‘쿠팡이츠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는 ‘알뜰 배달’을 도입했다. 배민이 최적의 동선으로 묶음 배달을 시행해 배달료를 낮추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서 배달업계의 ‘합승’을 도입한다는 얘기로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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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시켜먹는 시대가 이제는 무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소비의 흐름 같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걷히니 그게 아니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만 해도 배달앱 3사를 이용하는 월평균 이용자 수는 3532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지난달에 다시 조사를 해보니 2898만명으로 18%나 줄었다. 지난 3월 오픈서베이가 설문조사를 통해 배달 음식을 줄인 이유를 물어보니 ‘배달료가 비싸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전성기가 위기로 바뀌기까지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물가에 음식값도 올려야 하고, 인건비도 오르니 배달료까지 올라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배달음식의 대가로 3만~4만원 가까운 돈을 쓰려는 수요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배달 음식을 시키는 원동력인 ‘귀찮음’보다 더 무서운 게 ‘가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