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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원전' 수상한 배드보스 "수상 정말 기뻐…잘 하라는 격려 의미"

이윤정 기자I 2022.11.19 09:57:37

'신원전' 은상 이어 '해외수상작가 초대전' 장미상
'빈 센트 반 고흐'로 수상 영예
"패브릭 활용한 콜라주 작품 계속 선보일 것"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 상은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라 생각해요.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존경하는 인물의 삶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작품들이 이제는 자신을 위로하는 작품이 됐다. 제54회 일본국제미술공모전 ‘신원전’ 은상 수상에 이어 ‘해외수상작가 초대전’에서 장미상을 연이어 수상한 팝아티스트 배드보스(43·본명 조재윤) 이야기다.

그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빈 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다. 세기의 천재 화가로 회자되는 고흐의 초상화에 명품 루이비통의 원단을 콜라주했다. 19세기를 살았던 고흐는 조 작가의 손을 거쳐 21세기 명품 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18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배드보스는 “독특한 방식의 팝아트라 신선하다는 면에서 좋은 평을 해주신 것 같다”며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54회 일본국제미술공모전 ‘신원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배드보스(사진=배드보스 제공).
배드보스는 ‘잘 나가는 신인 작가’다. 자신의 미술품을 고가에 연이어 판매하는가 하면 미술품과 컬래버레이션으로 각종 상품 등도 론칭했다. 앤디 워홀이 1962년 그린 ‘32개의 캠벨 스프’를 오마주한 ‘30개의 리챔’이라는 작품을 동원그룹이 2000만원에 구매했고 고흐, 고갱을 그린 그림은 개인 고객이 1500만원에 사가기도 했다. 그가 그린 달마 그림은 조계사와 봉은사, 통도사에서 각각 소장하고 있고, 동원 리챔에 배드보스 에디션을 론칭하기도 했다.

드라마 OST 제작을 하고 곡을 쓰며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했던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그린 그림이 호응을 얻으면서 자신감을 얻어 1년 만에 첫 개인전도 열었다. 인물 초상화에 패브릭 원단을 콜라주 한 작품들이 주로 하는 작업들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유튜브로 미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유튜브에서 빈센트 반 고흐 일대기를 보는데 너무 감동적인거예요. 고흐는 평생 지독한 정신병과 가난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말년에는 물감을 살 돈이 없어서 그림을 못 그릴 정도였죠. 존경하는 고흐의 삶에 위로를 주고자 얼굴은 밝고 건강하게 각색을 했고, 옷은 명품 원단을 콜라주 해서 명품 코트를 만들어 선물했죠.”

배드보스의 ‘빈센트 반 고흐’(사진=배드보스 제공).
이렇게 시작한 작업들은 곧 그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가 됐다. 고흐에 이어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에게는 구찌 원단의 코트를 선물했고(‘안중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도 명품 원단의 옷을 입혔다(‘핑크 다빈치’). 팝아트 작품 ‘안중근’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하며 선한 영향력도 행사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릴때 달마대사를 그린 적이 있어요. 원래 달마가 입고 있는 넝마가 누런색인데 저 넝마가 구찌 원단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죠. 구찌 옷을 입은 달마대사가 저의 첫 작품이에요. 혼자서 작업해 본 건데 그림을 보신 많은 분들이 ‘이거 너무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좋아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반복해서 작업을 하다보니 저의 아이덴티티가 됐어요.”

앞으로도 패브릭을 활용한 콜라주 스타일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꼭 유명인을 골라서 작업한다기보다 존경할만한 주변의 인물 등이 작품의 소재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인물 구분 없이 계속해서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며 “콜라주 작업이 정체성으로 자리잡은만큼 다양한 원단을 가지고 콜라주 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드보스의 ‘안중근’(사진=배드보스 제공).
배드보스의 ‘핑크 다빈치’(사진=배드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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