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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은 정 의원이었습니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로 떠나기 전 띄운 ‘혁신위원회’에 대해 당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 대표를 저격을 했습니다. 정 의원은 대선 당시에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를 공개 저격한 이 대표에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 의원은 “(혁신위) 구성도 일단 두 분이 나오는데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 나머지 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최재형 위원장과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죠. 지방선거 대승 직후 이 대표가 ‘혁신’을 내세우며 공천·정당 개혁 등을 담당할 당 혁신위원회를 설치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SNS를 통해 “공관위 과정 내내 최 의원과 저는 어떤 경로로도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고, 따로 식사 한 번 같이 한 적 없다. 적당히 하라”고 맞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당의 혁신을 위한 조직이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꾸려진 조직이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것이죠.
이후 양측의 갈등은 다소 신경질적인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정 의원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이 대표는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며 각을 세웠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 평가가 좋은 상황 속에서 혁신위를 얘기하고 최재형 위원장을 선임했다. 최 위원장을 이준석계로 몰아붙여 공격하는 것은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해서는 안되는 추태”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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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쇄신을 말하고, 기성 정치인은 반발하는 구도. 낯이 익습니다. 지방선거 직전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진 상황과 유사해보입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분이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 나가겠다”며 ‘586 세대의 퇴진’과 ‘팬덤 정치와의 결별’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고,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민주당 내 기성 정치인들에게 반기를 들었는데요.
결론은 아시다시피 586세대의 집단 반발 이후 박 위원장의 사과문으로 마무리됐습니다. 586 용퇴론은 민주당의 선거 패배 이후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86세대의 맏형 격인 우상호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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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민의힘으로 돌아오면 이 대표와 정 의원은 일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더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는 등 중재에 나섰고, 양측 모두 중재의 취지에 동의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앙금은 여전합니다. 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소이부답(笑而不答, 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이 적힌 액자를 게시했고, 이 대표는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지, 소이부답을 소이부답 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겠나. ‘나 조용히 하겠다’는 걸 글로 올려놓고 조용히 하겠다는 것은 의아한 반응”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다음주 구성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헌정사 첫 30대 당수의 혁신 계획이 성공할지, 박 전 위원장처럼 말에서 그치게 될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