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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피로써 신앙을 지킨 이들이 순교자다. 프란치스코(79) 교황이 16일 복자로 선포할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는 한국 천주교의 태동기에 순교한 인물들이다. 정조가 죽고 나이 어린 순조가 왕위에 오른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이들이 53위로 가장 많다.
이들 중 신앙 때문에 조선 시대에 처음으로 죽음을 당한 인물이 윤지충 바오로(1759-1791)다. 진사 시험에 합격한 양반 출신으로 고종사촌 정약용(요한) 형제를 통해 천주교를 접한 그는 ‘진산사건’으로 옥에 갇혀 숨졌다. 1787년 세례를 받은 그는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지르고 어머니가 별세하자 천주교 예절에 따라 장례를 치렀으나 이로 인해 조정에서 체포령이 떨어졌다. 윤지충 바오로는 고문을 받으며 종교 배반을 권유받았지만 끝내 응하지 않고 참수의 칼 날을 받았다.
이날 복자로 선포될 강완숙 골룸바(1761-1801)는 조선 천주교의 여성 리더였다. 1795년 을묘박해가 일어나자 강완숙은 자신의 집을 신부의 피신처로 제공했고, 이로 인해 서소문 밖에서 40세의 나이에 참수형을 받았다. 충청도 내포 지방에서 양반의 서녀로 태어난 강완숙은 1791년 신해박해 때는 옥에 갇힌 신자들을 보살피다 자신이 투옥되기도 했다.
이번에 복자로 선포될 124위 중 최연소 순교자는 당시 12세였던 이봉금이다. 최고령자는 75세 김진후다. 나이별로 보면 10대가 5명, 20대는 15명, 30대는 21명이다. 40대는 21명, 50대는 19명, 60대는 11명, 70대는 5명이다. 나이를 알 수 없는 순교자는 27명으로 30~40대가 대다수다.
대부분(76명)이 참수형을 당해 죽었다. 신앙을 지키려다 교수형(11명)을 당하거나 능지처참(2명)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신분별로는 양반(60명)이 가장 많았다. 이들 중에는 베드로(12명)라는 세례명이 가장 많았다. 교황과 같은 세례명인 프란치스코를 썼던 이는 9명이었다.
이번 시복식은 전 세계 교회가 한국교회의 역량, 평신도들의 순교자 공경과 기도를 인정한 결과라 뜻깊다는 게 교황방한준비위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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