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언제부턴가 눈에 하얀 막이 올라와 병원을 찾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백내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익상편 환자가 적지 않다. 이처럼 익상편은 각막(눈동자) 주변에 하얀 막이 덮이는 증상 때문에 백내장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익상편(翼狀片)은 이름 그대로 ‘날개(翼) 모양(狀)의 조각(片)’이 눈의 표면에 생기는 질환이다. 따로 ‘군날개’라고 부르는 이유다. 결막(흰자위) 조직의 비정상적인 증식으로 섬유혈관성 조직이 각막을 침범해 안구 표면에 삼각형 모양의 흰막이 생긴다. 흔히 백태가 낀다고 표현하는데 노인에서 많이 발생하고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2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
반면 백내장은 투명했던 수정체의 단백질이 변성돼 백색 또는 황색, 심한 경우 갈색 등의 혼탁을 보인다.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것으로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육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
김용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익상편은 증식된 섬유혈관성 조직에 의해 충혈, 이물감 등을 호소하기도 하고, 시축을 가리거나 각막까지 자란 병변에 의해 난시 등이 유발돼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며 “50대부터 급증하고, 흡연이나 야외 활동이 많은 인구 군에서 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환경적 요인 주원인 추측… 심하면 안경 교정 안 되는 시력 저하 올 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익상편(군날개)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9년 6만8602명에서 지난해(2023년) 5만6693명으로 4년간 17.4% 줄었다. 익상편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서 많이 생기는 것으로 미뤄 자외선, 먼지, 건조한 공기 등 환경적인 요인이 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외에 노화, 당뇨로 인한 단백질의 이상 변성, 외상, 유전적 요인,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에 의한 요인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익상편은 대개 증상이 없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통증도 없다. 일상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미용적인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심한 경우 각막 난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동공까지 침범한 경우 시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피곤하면 충혈되고 목욕하거나 머리를 감은 후 충혈이 유난히 심해지기도 한다. 섬유조직이 두꺼워 지고 돌출되면서 눈물이 마르고 상처가 나 안구건조증이 나타난다.
김용찬 교수는 “익상편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관찰 후 진단하게 되는데, 유의하게 진행될 경우 안경으로도 교정이 되지 않는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미용 목적 수술 재발률 높아 주의… 선글라스 착용 등 생활 관리로 예방
익상편은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너무 커서 사시가 발생하거나, 시축을 침범해 시력을 떨어뜨리면 반드시 익상편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단 익상편을 단순히 제거하기만 하고 공막을 노출시키면 재발률이 매우 높다. 주변 결막을 당겨 노출된 공막을 덮어 주거나 병변과 떨어진 다른 부위의 결막 혹은 양막을 이용해 이를 덮어 줘야 한다(이식). 수술 후 약 2개월간 경과관찰을 하면서 이식한 결막편 혹은 양막이 올바르게 생착됐는지 확인한다.
다만 수술은 질환 초기 충혈 감소와 외관상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미용 목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꼼꼼히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첫 수술의 경우 재발률이 약 10%로 보고될 정도로 높은 편이다. 반드시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시행해야 한다.
김용찬 교수는 “익상편은 수술로 완쾌될 수 있는 대표적인 노화성 안과 질환으로 올바른 진단과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만 시력의 질은 높이고 불편감과 합병증은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노화 외에도 대표적으로 알려진 위험인자들인 당뇨를 잘 조절하고, 일상생활에서 금연을 생활화하며, 여름철 해변가와 같이 직사광선이 강한 곳에서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