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관람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우리는 본 무대에 올리기 전 시연하는 트라이아웃 공연장이 없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선 이런 공연장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로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한 오디컴퍼니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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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표는 국내에 트라이아웃 공연장이 없어 한 편의 대극장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만난 해외 유명 인사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최근 열린 ‘K뮤지컬국제마켓’ 현장에는 미국 굿스피드 뮤지컬의 도나 린 힐튼 예술감독, 미국 언더더스타스 극장의 댄 넥처스 예술감독, 영국 버밍험 히포드롬의 디어드리 오할로렌 신작개발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 또한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선 트라이아웃 공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사람이 속한 공연장은 미국과 영국에서 트라이아웃 공연 등 창작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굿스피드 뮤지컬은 뮤지컬 ‘애니’, ‘맨 오브 라만차’ 등이 초연한 공연장이며, 언더더스타스 극장에서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 그리고 국내에서도 10년 넘게 공연한 ‘팬텀’ 등을 초연한 곳이다.
도나 린 힐튼 예술감독은 “지역 공연장에서 먼저 제작해 검증을 받은 다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시스템은 이미 표준이 됐다”라며 “최근에는 제작비가 저렴한 영국에서 먼저 공연을 제작해 브로드웨이로 넘어오는 예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댄 넥처스 예술감독은 “상업 프로듀서가 지역 공연장과 협업하는 때도 있고, 반대로 지역 공연장이 상업 프로듀서에게 작품 제작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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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속한 공연장은 모두 비영리 기관이다. 운영 예산의 많은 부분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기부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한국에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이들은 “미국의 경우 기부를 통한 세금 공제 혜택이 크다”며 “문화 자본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있어 리허설 관람과 백스테이지 투어, 창작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