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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KB손해보험 감사총괄(상근감사) 자리에 A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을 내정했다. A 전 부국장은 생보분쟁조정팀 선임검사역, 공보실 수석조사역, 보험감독국 건전경영팀장, 강원지원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KB손해보험의 감사총괄에는 금융당국 출신들이 자리를 꿰차왔으며, 2~3년마다 연임 없이 교체되고 있다. KB손보 감사총괄 자리에는 지난 2015년 신응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경환 금감원 전 광주지원장이 지난 2021년 3월에 선임돼 자리하고 있다. 서경환 감사의 임기는 이번 3월까지다.
또 KB라이프생명 감사총괄 집행임원 자리에도 B 금감원 전 국장이 내정됐다. 정식 인사는 오는 4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해당 내정자는 지난해까지 금감원에 몸담았으며 한국은행 출신으로 은행검사국 등 요직을 거친 인물이다.
KB라이프생명은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과 합병 후 첫 감사총괄 임원을 선임하는 상황이다. 그간 KB생명에서 상근감사 자리에 한국은행 출신 임원들을 선임해왔는데, 이번에 합병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금감원 출신 인사를 선임하게 되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감사 자리에도 금융당국 출신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은행 상임감사 자리에는 금감원 부원장보(임원) 출신의 C 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이름이 오르고 있다. 해당 인물은 한국은행을 거쳐 금감원에서 은행서비스총괄국장, 금융투자감독국장, 은행감독국장, 기획조정국장, 은행담당 부원장보 등 핵심 요직을 맡은 바 있다. 현재 우리은행 상임감사 자리에는 장병용 전 금감원 국장이 맡고 있는데, 임기가 이번 주총인 3월까지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감사뿐 아니라 사내 실무 임원으로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의 이직이 잦아지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박흥찬 전 금감원 국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박 전 국장은 보험검사팀장,보험영업감독팀장, 보험조사국장, 광주지원장 등을 거쳤다. 메리츠금융지주에서 전략과 재무관리 등을 맡게 된다.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에는 금융당국 출신 인물이 2명이나 있다. 선욱 전 금융위원회 부이사관은 지난해말 메리츠화재 ESG경영실장으로 선임됐고, 서수동 부사장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다. 서수동 부사장은 최근 연임됐다.
◇금융사-당국간 소통 중요해져
금융권 내 이 같은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금융사와 금융당국간 소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금융권 수장에 앉고 있고, 금융에 대한 정부 관심도도 커지면서 금융당국과 회사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감원 입김이 세지면서 금감원 출신 인사를 찾는 곳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물론 관료출신 인사 선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감사의 경우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해야 하는 게 업무인데, 친정인 금융당국에 업무 청탁을 하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비바람을 피하려면 관출신 인사 영입을 통해 정보를 빨리 얻고,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만 임원 자리가 한정되다 있다 보니 최근엔 금융당국 출신끼리 자리 경쟁을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