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고전 뮤지컬 두 편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올라 연말 공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내년 1월 1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내년 2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번 두 작품은 브로드웨이 원작의 매력을 한국 창작진의 힘으로 배가시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이들 작품은 한국 뮤지컬 초창기 어설픈 수준으로 해외 뮤지컬을 소화했던 것에서 벗어나 오리지널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시장이 그만큼 숙성됐음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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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예수의 생애 마지막 7일을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성스루’(sung-through) 형식의 작품이다. 국내에선 제목과 내용 때문에 종교적인 작품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실제 작품은 강렬한 록 사운드에 예수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유다를 예수를 애증하는 인물로 묘사하는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해외에선 ‘반종교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문제작이다.
이번 공연은 200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한 설도윤 프로듀서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홍승희 연출, 김성수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감독 등 국내 대표 창작진들이 참여한다. 7년 전 공연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대 세트다. 제작사 블루스테이지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홍승희 연출이 새롭게 합류해 ‘인간의 갈라진 수많은 내면’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며 “무너질듯한 성전의 형태를 띄는 무대, 기울어진 기둥과 갈라진 세트의 구조로 이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마이클 리, 임태경이 지저스 역, 배우 한지상, 윤형렬, 백형훈, 서은광이 유다 역으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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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작곡가 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 브로드웨이의 전설로 불리는 작가·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가사, 현대 무용과 발레 안무가로 명성을 떨친 제롬 로빈스의 안무 등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의 예술혼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1961년 제작된 동명 영화와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1950년대 뉴욕 이민자 집단 제트파와 샤크파의 충돌과 갈등, 그 속에서 피어나는 두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특히 이번 공연은 제롬 로빈스의 오리지널 안무 공식 계승자인 안무가 훌리오 몽헤가 창작진으로 참여해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0년대 뉴욕 슬럼가를 재현한 무대 세트도 호평이다. 제작사 쇼노트 관계자는 “LED와 조명을 활용해 각 장면에 맞는 무대를 구현하는 것은 물론, 인물의 섬세한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인물의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무대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켜 이를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선 배우 김준수, 박강현, 고은성이 토니 역을, 배우 한재아, 이지수가 마리아 역을 맡는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고전이 계속해서 살아남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에도 공감 가는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메시아를 톱스타처럼 바라보는 염원을 통해 혼란스러운 현 시대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질적인 집단의 대립 속에서도 화해와 사랑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어느 시대에나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