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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변호사? 어차피 인공지능이 다 할 걸

김용운 기자I 2017.01.25 05:04:00

전문직 자리 위협하는 인공지능
유연성 갖춘 개발자가 생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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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시대, 전문직의 미래
리처드 서스킨드·대니얼 서스킨드ㅣ488쪽ㅣ와이즈베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해 연말 국내 대학병원에서 미국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와 협력해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이 결정한 방법으로 대장암 환자를 수술했다. 미국에서만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했던 인공지능의 치료행위를 한국에서도 이룬 것이다.

2012년 첫선을 보인 왓슨 중 암치료에 특화한 ‘왓슨 포 온콜로지’는 환자의 각종 진료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290종의 의학저널·전문문헌, 200여종의 교과서, 1200만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습득했고 계속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IBM은 ‘왓슨 포 온콜로지’가 올해 안에 전체 암의 85%가량을 완벽히 분석하고 환자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41초마다 출간하는 의학논문을 읽고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과연 의사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영국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와 영국 정부정책 자문관으로 일했던 저자들은 IT혁명 이후 출연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로봇공학과 바이오공학 등의 정보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상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의사를 비롯해 변호사·회계사·컨설턴트·기자·건축가 등 20세기 이후 좀처럼 변하지 않던 소위 엘리트 전문직이 과연 미래에도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입지와 독점권을 누릴지를 전망해봤다.

저자들이 바라보는 ‘전통’ 전문직의 미래는 밝지 않다. 왓슨의 예에서 보듯이 전문가의 작업은 상당 부분 기계나 혹은 시스템의 작업으로 대체할 수 있다. 강력한 정보처리능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나 작업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전문직 자체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저자들은 자기 분야의 첨단기술을 익혀 능숙하게 활용하고 기계와 협업하는 과정과 시스템 자체를 개발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만이 전문가로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연성도 중요하다. 나만의 전문성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전문성을 빠르게 익히고 받아들여 적응할 수 있는 심리적 유연성이 바로 전문가가 갖춰야 할 덕목이란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결국 의사나 변호사보다 테크놀로지와 관련한 직업이 미래사회의 ‘전문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가 전문직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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