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사망자 피해까지 초래한 옥시레킷벤키저가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포괄적 보상’을 약속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적합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과 표명이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본격 불거진 이후 5년 만의 일이라는 점에서 옥시가 소비자 안전에 너무 무심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전체 사망자가 220여명에 이르는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쓰고 사망한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자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사안을 바라보는 진정성도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옥시 측은 이번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피해 구제라면 ‘배상’이 적절한 표현이다. 독극물질이 포함된 살균제로 사망자가 적잖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여론의 압력에 떠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과 표명에 나섰다는 느낌이다.
이제 공은 정부 당국으로 넘어갔다.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유통사가 흡입 독성을 알면서도 제품을 판매했는지와 제품 안전성 확인 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영유아와 산모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발표한 때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이에 옥시 측은 이런 결과를 뒤집으려고 서울대 등에 용역을 줬으며 자사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담당 교수에게 뒷돈을 건네며 실험결과를 임의로 왜곡했거나 은폐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연구진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따라야만 한다.
이와 함께 살균제 사태를 5년 동안이나 방치한 정부 당국의 부실 대응도 낱낱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정치권에서 거론되듯이 ‘가습기 청문회’라도 열어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로 무고한 피해자가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