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앞으로 사회정책에서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는 ‘AI 이후의 일자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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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느냐에만 있지 않다. 일자리가 바뀌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업무가 자동화되고 직무와 인력 수요도 달라진다. 청년층은 신입사원에게 맡기던 초급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중장년층은 기존 경력과 새롭게 요구되는 기술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
특히 청년 문제는 단순한 취업률의 문제가 아니다.
AI가 문서 작성, 자료 정리, 코딩, 고객 응대 같은 초급 업무를 상당 부분 대신한다면 신입사원은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시작해야 하는가.
과거에는 일을 하면서 배우는 과정 자체가 직업훈련이었다. AI 시대에는 그 ‘첫 단계’가 줄어들 수 있다. 청년 취업정책도 취업지원금을 넘어 직무교육과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 기업이 청년에게 실제 업무를 맡길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AI 교육 강사’ 같은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제안도 나온다.
중장년층 역시 직무 전환과 재교육을 통해 기존 경력을 새로운 기술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직무가 줄고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노동시장 변화를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AI 전환을 늦춰 일자리를 지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AI 발전을 늦춘다고 기존 일자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산업에서 생겨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대응 속도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 사이에서도 AI 안전과 막대한 투자, 수익성을 둘러싸고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감속보다 기술 발전과 사회적 대응 사이의 간극이 아닐까.
AI 개발이 빠른데 교육·고용·복지 제도가 그대로라면 기술의 혜택보다 충격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기술 투자와 함께 인재 양성, 재교육, 고용 전환을 준비해야 생산성 향상을 사회 전체의 기회로 연결할 수 있다.
글로벌 AI 투자는 이미 거대한 규모다.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고, 중국도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 개발과 인프라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다만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과 네트워크 같은 물적 인프라에만 투자해서도 안 된다. AI를 만드는 인프라와 AI 시대를 살아갈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함께 늘려야 한다.
AI 인재 양성뿐 아니라 기존 노동자가 AI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직무가 사라지거나 바뀌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이동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도 상시 파악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AI 시대의 사회안전망 역시 실업자 보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화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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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불을 없애는 대신 다루는 법을 배웠다. AI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을 멈추기보다 변화에 맞춰 사회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AI냐 민생이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AI 투자를 이어가면서 AI로 달라질 일자리와 노동시장에도 미리 투자해야 한다.
AI 투자는 더 빠르게, 사회안전망은 더 촘촘하게. AI 대전환 시대의 국가전략은 성장과 민생을 따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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