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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에서 MD(머천다이저)로 근무하던 B씨는 2023년 3월 13일 A사 대표이사에게 “팀장과 대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힘들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표는 “여러 각도로 진지하게 고민해 빠른 시일 내 좋은 방법을 찾아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4일 오전, B씨는 대표에게 서명이 없는 사직서를 보내며 “참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사무실에 남아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대표는 B씨에게 전화해 “향후 MD 개편을 할 참인데, B씨는 온라인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며 “여러 가지가 한 번에 바뀌지 않으니 차근차근 풀어나갈 테니 조금 휴식을 취하라. 부장을 통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15일과 16일에도 부장 등 다른 직원들과 업무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17일 부장은 B씨에게 전화로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여의치 않아 근로가 어렵게 됐다”며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회사의 한 직원은 “3월 16일 이사로부터 ‘B씨가 월요일부터 다시 출근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직원도 B씨에게 보낸 카카오톡에서 “이사로부터 B씨가 월요일에 돌아온다고 들어서 일주일 뒤에 돌아오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B씨를 차단하고 그랬다고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의 사직서 제출행위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겠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사직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판단했다. 또한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에 해당하고, 그 후 B씨는 대표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사직 의사표시를 철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근로자는 사직원 제출에 따른 사용자의 승낙이 형성돼 확정적으로 근로계약 종료 전에는 사직 의사를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는 판례를 인용하며, 회사가 B씨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도 ‘해고가 존재하고, 회사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