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이 최근까지도 줄을 잇는 가운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사이에선 입주 전 하자 등을 전문적으로 점검해주는 사전점검 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계약을 맡은 시행사나 시공사 측에서 입주자의 사전점검 업체 동행을 막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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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점검 행사는 예비입주자와 가족들에 한해 세대를 점검하기 위한 행사로 마련한 것이며 사전점검 업체 등 외부인의 입장을 허용하게 되면 단지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사전점검 전문 업체라고 해도 따로 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내 메뉴얼대로 입주자가 점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전점검 기간 말고 실제 입주 이후 사전점검 업체를 써서 AS 접수를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사전점검 행사 기간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 방침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춘천시에 민원을 넣자 시에서 사전방문시 업체 동행을 하게 해달라는 권고문을 보냈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탓에 논란은 이어지는 중이다.
해당 단지의 예비입주자 A씨는 “당장 다음 달 초 사전점검을 하기 위해 전문 업체까지 다 알아봤는데 시공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외부인 출입 통제를 통보했다”면서 “그 근거는 도어 비밀번호 변경, 스티커 부착, 낙서, 쓰레기 투척 등 문제 발생 방지라고 하는데 아파트를 제대로 지었는지 계약자와 동반해 점검하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겠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A씨는 이어 “입주 이후 사전 점검 업체를 써서 문제를 제기하면 입주하면서 생긴 문제라며 잡아 뗄 여지가 있는데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사전점검 업체 동행을 두고 논란이 된 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사전점검 기간이던 경기도 양주시의 신축 아파트, 충남 천안시의 아파트 단지 시공사도 안내문을 통해 외부인 출입을 막는다고 통보했다.
최근 예비입주자들과 시공사 간 분쟁이 증가한 것은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다. 신축 아파트 하자 건수는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 출범 초기인 2010년 69건에서 2015년 4000건대를 돌파한 뒤 매년 4000건 안팎을 기록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1년에는 7686건으로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후 2022년 3027건, 2023년 3313건 등 연이어 3000건대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신축 아파트를 계약한 수분양자들은 부실시공과 하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이에 따라 사전검점 전문 업체의 이용도 늘고 있다. 비용은 3.3㎡(평)당 1만원대로 국민평형인 84㎡ 기준 세대를 점검하는데 대략 30만원대가 들지만, 건설업계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이용해 점검해주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사전점검 대행 업체 중 시장 초기 진입자인 ‘홈체크’는 올 8월 기준 누적 점검 세대 수가 약 8만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현행 주택법상 방문객의 신분이나 숫자 등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시공사 측이 사전점검 업체 등 외부인으로 묶어 일방적으로 방문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주택법 제48조의2는 ‘사업주체는 사용검사를 받기 전 입주예정자가 해당 주택을 방문해 공사 상태를 미리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는 사전방문 결과 하자로 인한 균열·침하·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해 안전·기능·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했다고 판단한 경우 사업주체에 보수공사 등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사전방문 기한은 입주 45일 전으로 정해져 있지만, 방문객의 신분이나 숫자 등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보통 아파트 계약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가 수분양자에게 넘어 오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시행사나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제3자 출입을 막을 법적인 근거도 없고, 입주자들과의 합의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도 “지자체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은 권고 수준이라서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표준분양계약서 등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면 분쟁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