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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연준·물가·경기 불확실"…취약한 시장, 커진 변동성

김정남 기자I 2023.02.24 06:53:50

뉴욕 3대 지수, 장중 내내 변동성
물가·경기, 연준 정책 모두 불확실
S&P 지수, 5거래일만에 상승 전환
다이먼 "미 경제 잘 돌아가고 있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 속에 장중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장 후반 들어 플러스(+) 전환했다. 국제유가 역시 그간 낙폭이 컸던 만큼 반발 매수가 들어오며 7거래일 만에 올랐다. 다만 물가와 경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시장은 여전히 긴장감이 만연해 있다.

(사진=AFP 제공)


장중 롤러코스터 탄 3대 지수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3% 상승한 3만3153.91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3% 오른 4012.32를 기록하며 4000선을 회복했다.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72% 상승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71% 올랐다.

3대 지수는 이날 장중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초반만 해도 상승 압력이 강했다. 이번주 하락장이 이어진데 따른 반발 매수가 들어온 데다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하면서 시장 전반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전날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11월~1월(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 60억51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의 경우 53% 급증한 14억1400만달러를 올렸다. 이에 주가는 이날 하루 14.02% 폭등했고, 나스닥을 중심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엔비디아 외에 AMD(4.10%), 퀄컴(1.82%), 마이크론(3.11%) 등 주요 반도체주 주가 역시 상승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인공지능(AI) 챗봇 경쟁에 나서면서 덩달아 엔비디아의 AI용 칩이 주목 받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꼽힌다. 추후 실적 전망은 더 밝은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투자 플랫폼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책임자는 “기술 분야의 차세대가 있으면 투자자들은 앞다퉈 이를 구동할 무엇인가를 찾는다”며 “엔비디아는 직접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승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오전 중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전환했다. 연준의 긴축 공포가 시장을 짓누른 여파에 큰 폭 반등하지는 못한 것이다. 전날 연준이 내놓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은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개장 전 나온 노동 지표는 긴축 우려를 더 키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3000건 줄면서 6주 연속 20만건 이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만건) 역시 하회했다. 현재 수준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9년 당시 평균 건수는(22만건)보다 더 적다.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이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장이 뜨겁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엘리자 윙거 이코노미스트는 “(과열된 노동시장은) 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나온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잠정치는 2.7%(전기 대비 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상무부가 밝혔다. 속보치(2.9%)보다 약간 낮아졌다. 소비 지출이 당초 2.1% 증가로 나왔지만, 1.4%로 다시 수정되면서다. 지난해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3.7% 상승으로 나왔다. 속보치(3.2%) 대비 상향 조정됐다.

특히 시장은 하루 앞두고 다가온 지난달 PCE 물가 지수를 주시하고 있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4분기 GDP는 속보치 대비 하향 조정됐지만 PCE 물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며 “지난달 PCE 지수 역시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모두 고공행진을 한 만큼 PCE 헤드라인과 근원물가 모두 인플레이션 장기화 전망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이먼 “미국 경제 잘 돌아가”

3대 지수는 오후장 들어 다시 상승 전환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경기 충격파를 두고 시장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와중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연장선상으로 읽힌다. 인플레이션발(發) 경기 하강의 정도에 따라 시장이 순간순간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CNBC에 나와 “제롬 파월 의장에게는 외람된 말일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약간 잃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경제는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당시만 해도 “미국 경제는 6~9개월 안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 경기 전망을 일부 바꾼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소비하고 있다”며 “일자리는 풍부하다”고 했다.

롬바르드 오디에르 자산운용의 플로리언 이엘포 매크로 헤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2번 혹은 3번 아니면 4번 정도”라며 “이 자체로는 부정적인 메시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는 것이 부정적인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원유시장 역시 재고 증가 악재를 뚫고 7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95% 오른 배럴당 7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오른 것은 7거래일 만이다.

이날 나온 미국 원유재고는 예상 밖 급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7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764만7000배럴 증가한 4억7904만1000배럴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200만배럴 증가) 큰 폭 상회한 것이다. 그만큼 원유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어서, 이 자체로는 유가 하락 재료다. 그러나 최근 유가 하락 폭이 커지면서 반발 매수가 들어오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금융시장에 모처럼 위험 선호가 일부 나타났음에도 이를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PCE 물가지수에 따라 시장은 또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연준의 정책 대응을 두고도 시장 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 공동 창업자는 “S&P 지수 3900선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행하게도 다음 지지선은 지난해 10월 당시의 3500 수준”이라고 했다. 뉴욕 증시가 지난해 10월 당시 단기 저점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켓필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쇼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표를 반기는 쪽과 이런 회복 탄력성이 연준의 엄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쪽의 사이에 끼어있다”고 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상승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49% 올랐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2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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