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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해수부·LH…표류하는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

이종일 기자I 2019.06.13 06:13:00

마스터플랜에서 사업화계획 빠져
해수부, 업체 등 협의로 과업 축소
공청회 취소 ''주민소통 차단'' 비판
전문가·단체 "주먹구구식 개발 우려"

7부두에서 인천 내항을 바라보며 드론으로 촬영한 전경. (사진 = 인천 중구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이 부실 용역과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다. 올 초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등이 발표한 마스터플랜은 애초 목적과 달리 내항 1~8부두 전체에 대한 사업화 방안이 제외됐고 주민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고 수립됐다. 이 와중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별도로 1·8부두만 사업화 용역을 벌이며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사업화 계획 빠진 엉성한 마스터플랜

12일 해수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해수부는 지난 2017년 7월 인천시, 인천항만공사(IPA), LH와 협정을 맺고 지난해 3월부터 내항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해수부가 관리·감독한 용역에는 국내 A사 등이 참여했다. 마스터플랜 용역은 작년 12월 완료됐고 올 1월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그 결과가 발표됐다. 당시 김영춘 해수부 장관과 박남춘 인천시장은 중구 항동7가 내항(수역 160만㎡·육역 300만㎡) 일원을 5대 특화지구로 지정해 환황해권 해양관광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마스터플랜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은 주민 공청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화 계획도 뺀 채 엉성하게 만든 것이었다. 해수부 등 4개 기관은 애초 마스터플랜 용역계약을 14억9800만원에 체결했지만 도중에 투자 활성화를 위한 사업화 계획 용역(용역비 8500만원)과 공청회(700만원)를 빼기로 하고 일부 비용을 감액해 A사 등에 최종 12억3800만원(해수부 4억여원·LH 3억여원·인천시 2억여원·IPA 2억여원 부담)을 지급했다.

해수부는 재개발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용역을 발주했지만 과업 도중 설계변경을 통해 핵심 과업인 마케팅 계획과 사업화 계획 용역을 제외시켰다. A사와 협의해 타당성 검토 등을 빼고 개략적인 개발 방향만 담았다. 이 때문에 해수부가 계약 당시 과업지시서에 담은 설문조사와 핵심점포(Key Tenant) 유치 방안이 제외됐다. 또 국내외 투자자 리스트 작성, 마케팅 대상 설정 등 재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유치 전략도 담기지 않았다. 사업화 방안 배제로 내항에 적합한 사업이 검토되지 않았고 경제성 분석 등 사업 타당성과 재무적 타당성 조사도 누락됐다.

인천 내항 마스터플랜 용역비(원 단위) 증감 대비표. (자료 = 해양수산부 제공)


전체 344페이지 분량의 마스터플랜 보고서에는 내항 관련 상위 법규 검토, 교통·문화 등 주변 여건 분석, 해양문화지구 등 5대 특화지구 조성, 관광·휴양 등 기능별 도입 방향 등이 담겼지만 개발 방향 설정 근거와 유치 업종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예정했던 공청회도 취소하고 다수 주민의견 반영을 차단했다. 전체 용역에 포함된 6억원짜리 내항 개발컨셉 디자인에도 개발 방향 설정 근거와 구체적인 사업 콘텐츠 등이 빠졌다. 국제 공모로 진행한 개발컨셉 디자인은 네덜란드 B사와 인천 C대학 교수팀이 맡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업화 계획까지 포함해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했는데 과업을 하다보니 사업화 방안의 신뢰도가 낮을 것 같아 도중에 뺏다”며 “실수로 볼 수 있겠지만 계약을 체결한 뒤 불필요한 요소여서 A사와 협의해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A사측은 “사업 시행 주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 사업화 방안을 수립할 경우 현실에 맞지 않을 우려가 있어 해수부에 의견을 내서 사업화 계획을 제외했다”며 “해수부 방침과 같이 나중에 참여할 사업자가 할 수 있게 남겨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용역과정에서 추진협의회(해수부·인천시·중구 공무원,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30명 참여) 의견을 반영하고 주민설명회를 한 차례 열었기 때문에 공청회를 안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는 “국제 공모에 당선된 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마스터플랜(컨셉 디자인 포함)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였다”며 “우리는 대신 뼈대를 만들어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5대 특화지구 컨셉은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만들었다. 마스터플랜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빼고 1·8부두 사업화 용역…“주먹구구식 개발”

해수부가 신뢰도 문제로 마스터플랜에서 1~8부두 사업화 계획을 배제했지만 인천시와 LH, IPA는 앞서 지난 2017년 8월부터 1부두와 8부두 등 2개 부두의 사업화 계획 용역을 진행해왔다. 4억5000여만원(인천시·LH·IPA 각 1억5000만원 부담)을 투입한 사업화 용역 결과는 오는 17일 나올 예정이다.

LH가 관리·감독을 맡은 1·8부두 사업화 용역은 지난해 6월까지 하다가 마스터플랜 용역을 시행한 해수부와 추진협의회 요구로 임시 중단됐다. 마스터플랜 없이 1·8부두를 재개발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이어 LH는 마스터플랜이 나오고 올 4월 용역을 재개했다. LH와 인천시, IPA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수부에 1·8부두 재개발 계획을 제안할 예정이다. 시행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설계변경으로 부실해진 마스터플랜을 반영해 1·8부두 사업화 용역을 재개한 것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김상은 ㈔내항살리기시민연합 대표는 “마스터플랜은 대부분 육지 위주로 개발 방향이 설정됐다. 내항 재개발의 핵심은 바다산업이어야 한다”며 “부실한 마스터플랜을 반영해 1·8부두 용역을 해봤자 주민을 위한 계획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두마다 특성이 있는 내항은 전체적으로 조망해 재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1·8부두만 사업화 용역을 하면 주변 여건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내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자료 = 해양수산부 제공)


LH의 주민의견 배제 방침에 대해서도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LH는 부두에 들어설 산업분야, 도입시설, 사업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1·8부두 사업화 용역에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성 분석은 주민이 참여할 분야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관계자는 “주민을 배제한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1·8부두 재개발에서 공공성 보장 여부 등에 대해 시민의 알 권리가 있지만 LH는 정보를 독점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LH 관계자는 “사업화 용역은 기업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타당성 여부를 보고 사업을 할지, 안 할지 판단하려는 것이어서 이 용역은 주민이 참여할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시행자가 참여할 때 주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며 “그때는 공청회 개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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