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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즐거워도 만평이 괴로운 이들도 있다. 바로 권력자들이다.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은 대체로 언론을 귀찮아하고 싫어한다. 특히 만평을 극도로 혐오한다. 아무런 성역없이 권력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조롱하기 때문. 우스꽝스러운 권력자의 모습에 과장된 몸짓,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까지. 만평이 ‘민주주의의 무기’로 불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나라의 만평가는 극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북한 언론에 왜 만평이 없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1990년부터 프랑스방송 아르테에서 세계의 정치지리학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저자는 한 컷 만화에 불과한 만평의 힘을 보여준다. 비판과 풍자의 펜으로 세계사의 중요 고비를 한 컷에 포착한 만평가의 작품을 망라, 온갖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고 펜을 지킨 그들의 노고를 어루만진다. 톈안먼사태, 베를린장벽 붕괴, 아랍혁명, 팔레스타인 총선, 넬슨 만델라 석방, 버락 오바마 당선, 마이클 잭슨의 사망 등, 책은 만평을 토대로 1989년부터 2012년까지 20여년의 세계사를 촘촘히 구성한다.
별다른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만평이 주는 힘 덕분이다. 책을 보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책 표지 컷으로 쓰인 ‘익명의 만평’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시리아 정부를 비판하는 만평을 그렸다는 이유로 친정부 민병대에게 폭행 당한 만평가 알리 페르자트를 묘사한 것이다. 어떻게 말로 설명하겠는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누구든 보면 빵 터질 수밖에 없다. 무더위를 시원한 웃음으로 날리고 덤으로 세계 현대사에 대한 공부까지 원한다면 휴가철 읽을 거리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