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세계 최초 ‘16세 미만 SNS 금지법’ 통과

정다슬 기자I 2024.11.29 07:29:27

틱톡, 페이스북, 스냅챗, 엑스 등에 적용…유튜브, 왓츠앱은 제외
1년 유예기간 거쳐…위반시 플랫폼 기업 450억원 벌금
유권자들은 압도적 지지…"어린시절을 되찾아줄 법"
플랫폼 기업 일제 비판…유니셰프도 우려 목소리

2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학생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호주 상원이 28일(현지시간) 16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공포되면 세계 최초 미성년자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금지법이 된다.

CNBC 등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은 틱톡, 페이스북, 스냅챗, 엑스, 래딧, 인스타그램 등에 적용된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 허락을 받아도 SNS를 사용할 수 없다. 만약 16세 미만의 청소년이나 어린이가 계정을 생성하고 이용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플랫폼 기업은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유튜브, 왓츠앱, 디스코드 등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법안은 찬성 34표, 반대 19표를 받아 상원을 통과했다. 전날 하원에서는 찬성 102표, 반대 13표로 법안이 통과됐다. 하원은 아직 상원에서 만들어진 수정안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이다.

플랫폼 기업은 법안 시행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전에 16세 미만의 SNS 접속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의 연령을 확인하기 위해 여권 등 공식적인 문서 제출을 요구하는 행위 등은 금지된다. 만약 플랫폼의 시스템을 뚫고 16세 미만 청소년이 계정을 개설해도 그와 그의 부모는 처벌받지 않는다.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는 지난 21일 이 법안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호주 어린이들이 어린시절을 보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에 대해 호주 유권자들은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지난 26일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77% 응답자가 이 법안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온라인에서 10대 행세를 한 50대 성범죄자의 살해로 15세 딸을 잃은 뒤 사회 운동가로 활동하는 소냐 라이언은 “우리 아이들을 끔찍한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게 된 중대한 순간”이라고 기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플로리다 아칸소, 텍사스, 오하이주 등 미국 주와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가 등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며 청소년에 대한 SNS 금지 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플랫폼 기업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틱톡은 이 법안이 성급하게 실행돼 실현 불가능하며 답이 없는 질문과 해결되지 않는 우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메타는 이 금지령이 연령 보장 기술의 현실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엑스는 이 법이 합법적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예고했다.

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연합(EU) 아동보호기구인 유니세프는 이 법이 청소년들을 온라인에서 더 어둡고 규제되지 않는 장소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또 이 법인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복지에 필수적인 정보 접근을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유니세프 호주의 아동 권리 정책 및 옹호 책임자인 케이티 마스키엘은 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어린이를 금지하는 대신, 우리는 소셜 미디어 회사가 연령에 적합하고 안전하며 지지적인 온라인 환경을 제공하도록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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