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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가입 전 난청 진단'만으로 장애연금 수급권 거부 안돼"

성주원 기자I 2024.08.26 07:00:00

국민연금, 과거 징병검사 근거로 장애연금 거부
法 "가입 후 발병 배제 못해…공단 처분 취소"
"장애연금 수급권 불인정사유, 엄격 해석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국민연금 가입 전 난청 진단을 근거로 장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지 않은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장애연금 수급권 인정에 있어 보다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로 풀이된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원고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연금 수급권 미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1962년생인 A씨는 1985년 6~7월 시행된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양측 난청의 정도가 41~55dB(데시벨)인 것으로 진단 받았다. 당시 청력 검사는 군의관으로부터 5미터 떨어진 곳에 신체검사대상자를 서게 한 후 군의관의 속삭임 소리를 신속히 복창하게 하고, 속삭임 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때에는 한발씩 군의관에게 접근해 동일한 목소리의 속삭임 소리를 내어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A씨는 병역판정 신체검사의 난청 진단 이후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지역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 자격을 유지해왔다.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내던 A씨는 2010년 6월 갑자기 청력이 악화돼 병원 진료를 받았다. 이어 A씨는 2022년 3월 장애연금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1985년 징병신체검사 결과를 근거로 ‘국민연금 가입 전 발생한 질병’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85년경 징병신체검사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1999년 국민연금 가입 이전에 청각장애를 초래한 질병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장애를 초래한 직접 원인이 된 질병은 의학적·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인 2010년 6월경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985년 징병신체검사의 청력 측정 방식이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점, A씨가 오랫동안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했다는 점 등을 들어 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령 질병이 가입 전 발생했더라도, 초진일이 가입 중에 있고 가입 당시 발병 사실을 몰랐다면 장애연금 수급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애연금수급권 불인정 사유는 객관적 사정에 의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헌법상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와 사회보장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25년 전 징병신체검사 결과만으로 장애연금 수급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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