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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흑해 곡물수출 통로의 차단 해제 및 지속적인 가동에 필요한 우선순위와 향후에 필요한 절차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트위터에서 전화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토 동맹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 이후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더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후속 대응을 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러시아 동의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흑해 곡물협정이 종료된 지난 17일 이후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가 주로 수출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전 세계적인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인류를 인질로 삼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전날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69개국 3억 620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흑해 곡물협정 파기로 세계에 인도주의적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 사무차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항구들을 공격하며 곡물 수송을 방해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러시아는 흑해를 협박에 이용하면서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 인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는 흑해 곡물협정 체결 당시 약속한 자국의 곡물 및 비료 수출이 서방의 제재로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를 포함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실행되기 전까진 협정에 다시 참여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제재의 실질적 해제를 원한다”며 러시아 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재가입, 우크라이나를 가로지르는 암모니아 파이프라인 재가동 등을 협상 재개 조건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