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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의 기내청소 업체 EK맨파워는 최근 9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협력업체인 케이오(KO)는 직원 120여명이 희망퇴직하고, 8명이 정리해고되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지상조업 협력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전방위로 발생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항공사의 하청을 받은 주요 지상조업사들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곳으로, 당장 주요 지상조업사들로부터 일감이 끊겨 고용 유지를 할 여력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항공기 셧다운 대란은 지상조업사의 협력업체 뿐 아니라 항공사로부터 직접 도급을 받아 여객사업 등을 하는 영세업체들의 일자리도 옥죄고 있다. 금호그룹 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한 아시아나 케이에이(KA) 노동조합은 최근 인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무급휴가 강요와 직장갑질로 회사를 고소했다. KA는 아시아나항공의 위탁을 받아 라운지, 출입국 처리 등을 담당하는 지상여객서비스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KA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각 부서 팀장이 정식 공문을 통해서가 아닌 메신저와 구두를 통해 무급휴직을 신청받고, 신청하지 않을 시 팀원 면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무급휴직을 둘러싸고 직장 갑질도 벌어지고 있다. KA는 지난달 현장 인원 일부를 사무직으로 전환하면서 무급 휴직을 신청하지 않는 이들에게 국제선 입국제한 해제 내용 등이 담긴 A4용지 약 15장 분량의 문서를 손으로 직접 작성하도록 하는 일명 ‘깜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김지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아시아나지상여객서비스지부장은 “회사는 노조가 있음에도 노조를 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휴직을 통보하고 이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에 순응하지 않는 직원에는 ‘깜지’를 시키는 등 직장갑질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KA는 무급휴직 강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무급 신청을 받고 미신청 시 면담을 거친 것은 직원들의 협조를 구하려는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 수순에 이른 업체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하자 국내 여객조업을 담당한 이스타포트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스타포트는 이스타항공이 100% 출자해 여객조업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회사다. 인수 예정인 제주항공이 별도의 고용 승계를 하지 않는 이상 이스타포트에서 지상조업 업무를 수행한 약 400여명의 인원은 직장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익명을 요구한 지상여객 담당 직원은 “회사는 정부의 지원보다 당장 인력을 유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며 “모호한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정부의 지원안은 영세 업체에게는 꿈도 꾸지 못 하는 일인 셈이라 휴직 권유와 직장 갑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