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더마뷰티 시장…나고야의정서에 발목 잡힐까

송주오 기자I 2018.03.15 06:00:00

생물자원 엄격 관리하는 나고야의정서 8월 발효
중국·인도 등 자원부국들 이권챙기기 본격화
생물자원 이용하는 더마 화장품 원가 부담 요인 우려

생물자원을 통해 얻은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기업이 공유하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가 오는 8월 국내서 발효된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국내 뷰티업계의 원가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더마톨로지(Dermatology) 화장품 시장에 복병이 등장했다. 제약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생물자원 이용에 관한 국제적 협약인 ‘나고야 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있어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을 통해 이득을 보는 업체가 수익금 중 일부를 해당국에 로열티 형식으로 납부하게 하고 있다. 원산지 국가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는 것으로 원가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더마 화장품은 제약과 화장품 원료를 융합해 제조하기 때문에 이중타격을 받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나고야의정서 발효는 오는 8월이다. 2010년 일본에서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 접근과 그 이용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자원 제공국과 이용국이 나누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제협약이다. 2014년 발효됐으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당사국 지위를 얻어 1년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자원 부국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은 지난해 자국 생물자원 이용 시 최대 10%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20만 위안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인도는 한발 더 나아가 자국의 생물자원을 활용해 특허를 받은 권리 무효화에 나섰다. 자원 부국들의 이권 챙기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국내 제약 및 화장품 업계는 비상이다. 원료 대부분을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분석한 보고 자료를 살펴보면 생물자원을 활용한 제품 비중은 의약품 63.7%, 화장품 44.2%에 달한다. 이 중 해외 생물유전자원 이용 비중은 의약품 69.8%, 화장품 43.7%에 이른다.

나고야 의정서가 더마 화장품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에서 출시한 더마 화장품. (사진=LG생활건강)
더마 화장품은 제약과 화장품의 융합 제품이다. 저자극을 특징으로 한 탓에 생물자원이용은 필수다. 로열티 지급이 현실화되면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코스메슈티컬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더마 화장품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다. 전 세계 시장 규모(40조원)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화장품 및 제약 업계는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면서 더마 라인 강화에 나섰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사명을 에스트라로 변경하고 병·의원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4년 차앤박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태극제약을 사들이면서 더마 라인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연고인 마데카솔의 성분을 활용한 마데카크림을 출시해 1년 만에 1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일동제약은 ‘고유에’와 ‘퍼스트랩’ 브랜드를 연달아 론칭하면서 더마 시장에 진출했다.

화장품 업계는 더마 화장품에 미칠 나고야의정서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대응책은 일반 화장품을 기준으로 해왔다”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더마 화장품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활용해 창출한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기업이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서다. 지난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돼 나고야의정서라고 부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