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을지로3가 파인애비뉴 건물 뒤편 소공원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침 회의 시간이 끝나는 오전 10시가 되자 흡연자들이 내뿜는 연기는 공원을 가득 채웠고, 행인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옮기기 바빴다.
이달 들어 전국 주요 대형 건물과 공중 이용시설 등이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가 담배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사무실이 몰려 있는 광화문, 을지로 주변의 인도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 사람들 때문에 비흡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길에서 담배를 피는 흡연자들이라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내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 되면서 부득이 길에 나와 담배를 피는 것인데 행인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인 것.
16년째 담배를 펴온 직장인 추고훈(41세·男)씨는 “실내에서 담배를 못 펴 길거리로 쫓겨 나온 것인데 행인들 눈치까지 보느라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라며 “담배 가격에 세금도 포함돼 있는데 흡연자들이 맘 놓고 담배 필 수 있는 장소가 생길 수 있도록 정부가 신경 써줘야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아파트 내 ‘층간 흡연’이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들어 층간 흡연으로 인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 H아파트에 사는 이모씨는 “얼마전 아래층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베란다를 타고 집으로 들어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내 집에서 담배도 마음대로 못 피우느냐는 핀잔만 듣고 말다툼을 벌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면 금연 시행에 따른 잡음과 혼란의 주 무대는 길거리서 시내 음식점과 술집으로도 옮겨졌다. 이달부터 전면 금연을 시행하고 있는 종로의 한 술집에서는 `여기는 담배를 필 수 있느냐`는 손님들의 질문부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손님들에게 금연을 요청하는 주인의 부탁 소리가 거의 30분마다 반복됐다.
이 술집을 운영하는 A사장은 “금연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도 걱정이지만 손님들이 담배를 못 피게 말리는 데도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며 “술집 같은 유흥시설은 그 특수성을 인정해 예외적으로 흡연을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 2층 삼겹살 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B씨는 전면 금연 시행 후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손님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또 하나의 업무를 맡게 됐다. 담배를 피우러 1층으로 내려간 손님들이 식사 값을 계산하지 않고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
B씨는 “특히 남자 손님 두 명이 온 경우가 요주의 감시 대상”이라며 “술에 취해 잊어버리고 실수로 그러시는 분들이 대다수지만 일부러 계산을 안 하
|
실내 전면 금연에 따른 혼선과 잡음은 기업에서도 불거져 나온다. 특히 기업의 과도한 금연 정책은 흡연 직장인들의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놀부에서는 사내 CCTV나 다른 직원들에 의해 흡연 장면이 목격될 경우 사내 게시판과 인트라넷 등을 통해 경고 조치를 한다. 이후 또 적발되면 징계가 내려지는 등 삼엄한 감시를 하고 있다.
흡연을 인센티브 등 돈과 연결시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과장급 이상 간부급 사원과 임원들이 담배를 피울 경우 인센티브 지급을 미루는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하면 지급을 미뤘던 인센티브에 금연 성공 장려금을 얹어서 주지만 계속 담배를 필 경우 그 인센티브는 보육원 등의 사회 시설에 기부된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흡연자 이우진(가명·35)씨는 “담배를 끊는게 여러모로 좋지만 그게 마음먹은데로 안되는게 문제가 아니겠는냐”며 “감시와 상벌 등 억압 적인 금연 정책보다는 흡연자들이 서서히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금연 프로그램 도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A기업 인사과 임원은 “기업의 금연 운동이 흡연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일의 효율성과 직원 개개인의 건강을 고려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공감하고 따라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