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 작가는 빛나 그 잡채?…세 남녀의 작당, 그 결과는[툰터뷰]

김혜미 기자I 2025.01.19 08:55:00

네이버 토요웹툰 ''개꿈'' 신송림 작가 인터뷰
''평범한 여성이 잘생긴 남자를 만날수 있을까''로 출발
주인공은 빛나와 현주…상반된 처지 조명이 큰 맥락
"빛나 이야기, 내 경험 많이 담겨있지만 전부 다 아냐"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이쯤 되면 작가의 지나온 삶이 궁금하다.’ 네이버웹툰 토요일자에 등장하자마자 인기 순위 1위를 줄곧 차지해 온 18세 이용가 웹툰 ‘개꿈’에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 중 하나다.

(이미지=네이버웹툰)
개꿈은 간단히 말하면 로맨스물이라고 할 수도, 혹은 복수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개꿈 속에 등장하는 공무원시험준비생(공시생) 윤빛나와 파트너 강경준, 강경준의 재벌 여자친구 차현주의 삼각관계를 그리는 듯하면서도 이들 셋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기도 하는 독특한 남녀관계를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B급 영화 같기도 한데, 순수한 사랑만으로 이성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 있을 법하다.

개꿈은 미화되지 않은 현실적인 각각의 에피소드 그리고 허를 찔리는 개그코드로 ‘작가의 성별’에도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왔다. ‘신송림’이라는 작가명 또한 요즘 자주 볼 수 없는 이름이면서 성별을 예측하기 어렵고 실명인지 필명인지 아리송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현실적이면서 뒷내용을 예측하기 어려워 자꾸만 현금결제를 하게 만드는 개꿈의 신송림 작가를 1월 초 서울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현실 속에 빛나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었던 작가는 글과 그림을 모두 맡아 연재하는 것은 개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손목 통증 등으로 마감이 늦은 데 대해 사과하면서 휴재 없이 앞으로 1년 반 정도는 더 연재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가명이 본명이신가요.

아니요, 신송림은 필명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 강남구청역을 지나 등하교를 했는데, 인근에 ‘신내과’, ‘송의원’, ‘림피부과’가 연달아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첫 글자를 따 ‘신송림’이라고 필명을 짓고 나중에 사용하려고 아껴두었습니다. 일찍부터 소셜네트워크(SNS) 계정도 만들어뒀죠.

△웹툰 작가가 된 계기는.

대학 전공이 조소과였는데, 학교를 다니면서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하고 2년 동안 동인지 행사 등을 나가며 만화가 데뷔를 준비했습니다. 원래는 만화를 모으는 것이 취미여서 만화 평론가가 되고 싶었는데 직업을 삼기에는 시대적으로 이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웹툰 등으로 돈을 버는 만화가가 생기기 시작하고, 직업으로 ‘만화가’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만화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 졸업 이전에 가족들에게 만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죠.

△만화책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고 하는데 몇 권이나 모으셨나요. 영향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만화책은 강원도에 있는 창고에 2000권 정도 소장 중입니다. 석동연 작가의 ‘그녀는 연상!’과 ‘말랑말랑’, 윤린 작가의 ‘더 세렉숀 음반사’, 호연 작가의 ‘도자기’와 츠다 마사미의 ‘그남자! 그여자!’가 굉장히 좋아했던 만화들이고요. 지금 만화랑 결이 같진 않지만 명랑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는 이 작가들의 만화를 애독했던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은 뭐였나요.

‘착한 여친’이라는 만화였어요. 그때는 글만 담당했었는데, 그림과 글을 모두 제가 직접 담당한 작품은 이번 개꿈이 처음입니다.

△개꿈은 소재가 굉장히 독특합니다. 통상적인 남녀관계를 그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의 남녀가 각자 다른 목적과 생각으로 이성을 만나는데요. 또 어찌보면 서로 경쟁관계에 있을 수 있는 두 여성이 각자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주인공들이 마냥 애정만을 쫓지도 않는 것 같고요.

처음 시작은 ‘평범한 여성이 잘생긴 남자를 만나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결론은 ‘평범한 여성은 잘생긴 남자를 사귈 수 없다’였죠. 그래서 이걸 중심에 두고 다른 캐릭터들을 추가해서 빛나와 경준, 현주 세 명이 모여 작당 모의를 하는 내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 네이버스퀘어에서 만난 개꿈의 신송림 작가. 얼굴은 개인사정으로 직접 그린 이미지로 대체했다.(사진=네이버웹툰)
△개꿈의 작품소개 하에 해시태그는 ‘고자극드라마’, ‘자극적인’이 붙어있는데요. 혹시 작품의 추구하는 바를 인간적인 재미를 위한 순수한 자극에 있다고 봐도 될런지요. 웹툰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전 사실 작품 소개에 ‘고자극’ 해시태그가 붙어서 이해가 잘 안갔는데요. 솔직하다는 평은 수긍하는데, 엄청 자극적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공감을 많이 유도하는 쪽으로 만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평소 남을 웃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 웹툰의 1차적인 목적은 재밌게 봐줬으면 하는 데 있습니다. 빛나의 남자들을 둘러싼 좌충우돌은 다른 여자들도 공감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최대한 재미를 뽑아내려고 하고 있어요. 재미를 위해 즉흥적으로 컷을 넣을 때도 많고요.

차현주 오빠인 차동범의 행복을 깨뜨리려는 현주와의 공모는 스토리 진행을 위한 것으로 전체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는 부분입니다.

△코스프레나 출사(출장가서 사진을 찍는 것), 앱을 이용한 외국인과의 만남 등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실감나게 묘사돼 있는데 어떻게 취재하셨나요. 많은 독자들이 작품을 보며 ‘작가님의 살아온 인생이 궁금하다’고들 하는데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요.

주인공 빛나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은 제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긴 한데, 다 제 이야기는 아니고요. 친구들에게 소재를 얻어 허락받고 넣은 이야기들도 있어요. 영화관 아르바이트라든가 공무원 시험 준비도 친구들 이야기지요. 주로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코스프레 에피소드는 만화가 팬카페에 가입하면 코스프레란이 있어요. 거기서 코스프레 용어를 습득하고 찾아봤고요, 리얼리티를 추구하려면 트위터에 키워드를 넣고 나오는 말투를 따라하면 됩니다.

△웹툰 등장인물마다 외모적으로 부각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신가요.

경쟁주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중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경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외모에도 관심이 없지 않을까요. 여자들에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기는 한데요, 사실 웹툰 주인공들의 외모에는 캐릭터성이 부여돼 있습니다.

△분량은 얼마나 더 남아있나요.

시놉시스에서 이탈한 내용이 있긴 한데, 앞으로 1년 반 정도 연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휴재는 웬만하면 안하려고 합니다.

△개꿈 표지는 빛나와 차현주가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그려져있는데요. 앞으로의 연재 방향과 연관이 있다고 봐도 될까요.

썸네일은 사실 다른 걸로 그렸었는데, 담당자에게 보여줬더니 19금인 만화 내용에 비해 심심하다고 평가하셔서 화끈한 걸로 다시 그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썸네일에 나와있는 빛나와 현주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게 맞고요, 상반된 처지를 조명하는 것이 만화의 가장 큰 맥락입니다.

△마감이 늦다는 독자들의 불만을 알고 계신가요.

댓글은 친구들이 대신 봐주고 있는데요, 악플이 별로 없어서 친구들이 신기해하면서 다행이라고들 합니다.

마감 지연은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손목과 팔꿈치 등이 좀 아파서 영향이 있었어요. 원고는 밤을 새우든 어떻게든 사흘 내로 마감하려고 하는데 다른 날은 주로 병원을 가곤 합니다. 연재 초·중반에도 손목이 아팠었는데 그래서 당시 작화가 좀 엉성한 부분이 있어요.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꾸준히 병원을 다니는 중입니다.

△차기작으로 해보고싶은 소재가 있나요.

차기작도 19금 만화가 될 것 같기는 한데요, 요리 생활툰으로 전체 연령가를 한 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예전에 파스타나 감자탕을 자주 해먹기도 했고요. 음식에 얽힌 과거 이야기와 접목된 생활툰으로 그리면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들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을 필두로 한 ‘K팝’을 비롯해 ‘K푸드’, ‘K패션’ 등 ‘K’는 한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습니다. 웹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거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페이지를 넘겨보는 방식의 웹툰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콘텐츠입니다. 최근에는 네이버웹툰이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습니다. 이데일리는 또 하나의 ‘K’ 신화를 만들어 갈 국내 웹툰작가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합니다.[편집자 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