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 그래도 중국 포기 못하는 이유

이명철 기자I 2024.10.30 05:00:00

[옅어진 차이나 드림, 기로 놓인 한국 기업]
광저우 현대차 HTWO공장, 코스맥스 명주·태평공장 방문
미래 투자한 현대차, 철저한 현지화 코스맥스…中 공략 가지각색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개발·생산해 中 에너지 재편 참전
코스맥스, 中 현지기업과 JV 설립…고객 다변화도 추진

[광저우=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에서 K뷰티요? 솔직히 이제는 없다고 봐야죠. 중국 화장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갑자기 어떤 업체가 크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고객사 관리·영업과 제품 경쟁력이 제일 중요해요.”(박대근 코스맥스 광저우 태평공장장)

“지금 여기서 생산량, 매출을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다만 장기로 봤을 때 중국은 탄소중립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 재편 과정에서 주무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사업을 접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오승찬 HTWO광저우법인 총경리)

현대차 광저우 HTWO공장이 만드는 수소연료전지 제품 모습. (사진=현대차)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칼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한국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고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우리 기업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지난 22~23일 중국 광저우에서 꿋꿋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현대차(005380)와 코스맥스(192820)의 현지 법인을 찾아 현지화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기 다음은 수소” 에너지로 재편하는 현대차

광저우에는 현대차의 수소 관련 브랜드 HTWO 로고가 적힌 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가 100% 지분을 투입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이곳에선 수소연료전지의 주요 부품인 스택(Stack)을 적층 구조로 쌓은 후 조립과 검사 등 과정을 고쳐 완제품으로 만드는 후공정 부분을 담당한다. 완성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사용해 전기에너지를 발생한다. 공장에서는 90kW(킬로와트)급 전지를 생산한다. 현재 시판 중인 수소차 넥쏘에도 이 전지가 들어간다.

현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6500기인데 실제로는 1000기 정도만 출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수소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오승찬 총경리(법인장)는 “중국은 5개 시범도시에서 5년간 3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연간 6000대 정도”라며 “중국 내 해외 제조업체와 중국 업체까지 경쟁하기 때문에 지금 모든 시장(6000기)을 장악하기엔 힘들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수소 굴기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광저우 공장은 이미 연간 1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여유 부지까지 확보했다. 공장 앞에는 중국 에너지 국영기업인 시노펙 공장이 있는데 앞으로 대규모 생산을 염두에 두고 수소 조달까지 잠정 협의한 상태다.

오 총경리는 “(중국의 수소 정책이) 조금 미뤄지고 있지만 2035년까지 (수소차) 누적 100만대라는 전체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초기엔 상용차 위주로 진행하고 승용차도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현대차 광저우 HTWO공장 관계자가 회사의 수소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현대차는 이미 중국에서 쓴 실패를 겪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180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24만대로 뚝 떨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한한령과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급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광저우 공장은 실제 생산량이나 매출, 이익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은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라는 판단이다. 전기차로 빠르게 변한 중국 시장 대응 실기를 되풀이하지 말고 향후 수소 굴기에 맞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수소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독점하기엔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토요타는 베이징에 수소 공장을 지었고 유럽 부품 전문기업 보쉬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내에는 리파이어, 상하이수소추진기술(SHPT) 같은 톱티어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오 법인장은 “지금 지표상으로 누가 낫느냐보다는 20년 이상 진행한 우리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갖고 가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맞춰 신뢰성 있는 신뢰성과 상품성 있는 좋은 제품을 먼저 준비하는 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서만 7개 공장 운영, 지역 특색 맞춤형 제품 내놔

2004년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맥스는 현지 연구혁신(R&I)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소비자 취향을 연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광저우의 코스맥스 태평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광저우에는 코스맥스가 가동하는 공장만 두 개가 있다. 2013년 각 화장품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태평공장을 세웠고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유명 화장품 기업인 이센그룹과 함께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명주공장을 설립했다.

명주공장은 코스맥스와 이센그룹이 각각 지분 51%, 49%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코스맥스가 생산과 연구를 맡고 이센그룹은 재무·영업을 전담한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공장의 생산능력(CAPA)은 월 1300만개 수준이지만 지금은 400만~500만개 정도를 만들고 있다. 판매는 꾸준한데 계절성을 타는 화장품 특성상 시기별로 부침이 있다. 덥고 습한 광저우 지역 특성상 여름철에는 색조 화장품 판매가 여의찮은데 가을철 이후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태평공장은 중국 내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싼즈탄, 싼즈양 같은 중국 내 유명 브랜드가 고객이며 미니소 같은 곳에도 납품한다.

태평공장의 김도형 품질본부장은 “스킨·에센스, 폼클렌징 등을 생산하며 생산능력은 한달에 1900만개, 연간 2억3000만개 정도”라며 “현재 월 100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계졀적으로 추워지면 수요가 늘어 다음달엔 풀 생산능력을 가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맥스는 중국의 ODM 1위 기업으로 중국서만 7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스맥스 중국 법인들의 총 생산능력은 연간 14억9000만개로 14억명 정도인 중국 인구 수준을 웃돈다.

현지 연구혁신(R&I)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소비자 취향을 연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찾은 광저우 공장에서도 이센그룹을 비롯해 각 고객사의 구매자들이 찾아와 시제품을 찾아보고 시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지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도 중요하다. 각 공장에는 원료 등을 생산하는 연구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이 색조부터 스킨케어까지 제품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박 공장장은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기후가 다양해 지역마다 색조 화장품이나 폼클렌징 같은 제품의 수요가 다 달라 현지 요구 파악이 필수”라고 전했다.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코스맥스 태평 공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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