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욱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9일 온라인으로 이데일리와 진행한 줌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쓸데없이 이것저것 간섭하고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며 “정부는 상장사들이 자발적으로 투명한 공시 등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場)을 만드는 정도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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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권 교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 유치”라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일본거래소그룹(JPX)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2000조엔이 넘는 가계금융을 증시로 유도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취임 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악재 대비 △기시다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및 기업공개(IPO) 지원 취지였다”며 “당시 일본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당시 일본 금융청(FSA)와 거래소는 주주가치 환원 관련 공시를 잘하는 기업에 표창을 주고 우수기업 리스트도 게시했다”며 “환율·금리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이 좋은 타이밍에 맞물렸고, 기업가치를 개선한 기업들이 공개되고 정보 비대칭성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워런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물살을 탔고 증시가 올랐다”며 “외국인 투자가 몰리면서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작년 4월 당시 버핏 회장은 “일본 종합상사들에 대한 투자가 미국 이외 기업 중 가장 많다”며 “지분 보유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현재 포트폴리오에 한국 주식은 한 주도 없다.
권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에 나선 금융위·금융감독원에 제언하고 싶은 점에 대해 “밸류업 프로그램만으론 안 된다”며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이 과거 IMF, 론스타 논란 때문에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지만 이제는 부정적 선입견을 털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