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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종은 국제 유가와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아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데, 일반적으로 3~4년 주기로 업황 사이클이 바뀐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찍고 현재 다운사이클(업황부진) 국면에 놓였다.
애초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석유화학제품 수요 개선으로 업황 회복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 올 상반기 인프라 부문의 투자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다.
그러나 최근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두 달째 위축 국면에 머무르자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PMI는 중국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기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지수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회복세인 것으로 보고,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 국면임을 의미한다. 제조업 PMI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0을 밑돌다가 9월에는 50포인트를 넘겼다. 이후 10월과 11월 연달아 수축 국면을 맞으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주의 투자심리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주고 있다. 코스피 화학지수는 11월 제조업 PMI 발표 이후 2.07%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업종 지수 중에서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중국의 석유화학 기업들의 자급률 상승도 석유화학기업의 주가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부터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계속되는 증설로 한때 50%대에 이르던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급감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의 수요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자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라며 “펀더멘털 개선 요인은 여전히 부재한 만큼 석유화학기업들의 실적은 유가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위축 신호가 오히려 석유화학주에 대한 투심 개선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순 연간 경제정책 방향 설정과 단기 정책을 논의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 있어 부동산 중심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화학업체 전반적으로 센티멘털(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