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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A씨(78)는 주거지 인근 공원과 무료급식소에 다니면서 지적장애 3급 장애를 가진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2019년 2월19일경 A씨는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B씨를 집으로 데려가 간음했다. 당시 A씨는 “우리집에 가서 청소 좀 하자”며 B씨를 유인했다. 이후 A씨는 같은 달 말일까지 같은 수법을 총 5번 반복했다. 당시 A씨는 간음 이후 B씨에게 먹을 것이나 용돈으로 현금 1만~3만원을 건넸다.
검찰은 A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준강간), 간음유인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B씨를 유인해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B씨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B씨에게 그러한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었다고 한들, 자신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구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4항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해 추행을 한 사람은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강제추행)에서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재판에서는 해당 조항의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만을 의미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를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면 족하다”고 봤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을 파기하고 A씨를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정신적인 장애’는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것을 넘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한다”며 엄격히 해석했다. 이어 “피해자는 지적장애인 3급으로 등록됐지만 이는 지능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일반 초등학교를 졸업한 점, 결혼과 임신 등 혼인생활을 통한 성생활을 해온 점, 진술상 정상적인 성관계와 성폭력을 명확히 구분하는 점, 싫어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거부 표현을 하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검사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를 정신장애와 이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봤다. 다만 A씨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점은 수긍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용돈을 주는 등 호의적인 행위를 한 후 성관계 요구를 하는 데 대해 피해자가 거절을 하지 못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