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 원로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청와대가 그제 경제 원로 8명을 초청해 마련한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 등 참석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던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박승 전 한은총재도 쓴소리에 가세했다고 한다.
특히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다고 하니, 지금 상황에서 당연한 지적이다. “기업 이윤을 노동자와 나눠먹으라는 것인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성장과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거나 “저소득층을 위한 인권정책은 될 수 있어도 경제정책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한다. “방향은 맞지만 최저임금제, 52시간제 등 구체적 정책수단이 역효과를 내면서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따가운 현실 진단도 제기됐다.
이러한 원로들의 비판이 즉흥적이거나 여론을 의식해 나온 발언이라고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대부분 과거 정부에서 경제 사령탑 또는 금융통화정책의 수장으로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데다 경제 흐름을 꿰뚫어보는 안목 또한 월등히 뛰어난 분들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민생활 수준 향상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충언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단호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거나 규제 혁파를 주문한 것도 우리 경제 현실에서 절실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좋은 시사점을 주신 것 같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귀 기울여 들으면서도 무척 따가운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듣는 것으로 끝낸다면 소용이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숱한 비판과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세계적으로 족보가 있다”거나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는 말로 현실을 외면한다면 이러한 간담회 모임 자체가 홍보용 행사로 마련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모처럼의 쓴소리도 공염불로 그치기 마련이다. 경륜을 갖춘 원로들의 지혜와 고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책 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