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어트 첫 女총지배인…"유리천장 깨려 외국근무 자청했죠"

성세희 기자I 2018.05.16 05:30:00

신인경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총지배인
메리어트 호텔 총지배인 중 최초 한국인 여성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신인경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총지배인이 8일 서울 강서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2012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쉐라톤 칼리디야 호텔에서 일할 때였다. 갑자기 법정 관리인이 검찰과 나타나 고객 정보를 모두 내놓으라고 했다. 호텔 규정상 안 된다고 했더니 UAE 검찰이 여권을 빼앗았다.”

지난 8일 만난 신인경(사진)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총지배인은 외국 검찰에 출석한 이야기를 넉살 좋게 늘어놓았다. 총지배인은 회사에 빗대면 최고경영책임자(CEO)이다. 그는 메리어트인터내셔널 계열 호텔 최초 한국인 여성 총지배인다운 배포를 보여줬다.

신 총지배인은 “당시 총지배인이 프랑스계 레바논인이었는데 갑자기 사라졌고 부총지배인이 쫓겨나는 등 호텔이 혼란의 연속이었다”라며 “(본인이) 총지배인 대신 석 달가량 호텔을 이끌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50여개국에서 온 쉐라톤 칼리디야 호텔 직원 대부분은 생계가 어렵고 외로웠다”라며 “여권을 돌려받기 위해 주아부다비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고 불안해하는 직원을 다독이자 직원들 얼굴이 활짝 피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처음 호텔 재무를 도맡았던 신 총지배인은 이 같은 경험을 계기로 호텔 운영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처음 호텔업계에 몸담을 땐 재무 쪽에 흥미를 느꼈다”라면서도 “시간이 흐르니 호텔의 꽃은 운영(오퍼레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신인경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총지배인이 8일 서울 강서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 총지배인이 처음부터 ‘호텔리어’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었다. 1989년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다. 쌍용건설에 처음 입사한 신 총지배인은 “입사 직후부터 앞이 보이질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신 총지배인은 “입사한 뒤 처음 받은 업무 지시가 ‘미스 신, 커피 타 와’였다”라며 “여성이 건설회사에서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시집을 가거나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결혼한다고 잘 살 거 같지 않아 다른 길을 택했다”라고 덧붙였다.

신 총지배인은 그때부터 결혼 자금 대신 유학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호텔’이었다. 신 총지배인은 “당시 쌍용건설이 외국에서 큰 호텔을 지어서 완공된 호텔 사진을 회사 복도에 걸어뒀다”라며 “그 사진을 보면서 호텔리어의 꿈을 키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2년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에서 호텔 서비스 매니지먼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9세였던 1994년 한국에 돌아왔지만 신 총지배인은 호텔리어가 될 수 없었다. 당시 통념상 여성으로는 나이가 많아서다. 신 총지배인은 “그 나이에 호텔 경력이 없고 학력은 높아서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라며 “차선책으로 외국계 방위산업체에 입사해서 2004년까지 다녔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호텔리어의 꿈은 접지 않았다. 기회가 찾아온 건 석사 졸업 후 약 10년이 지난 후다. 그는 “2004년 W호텔(현 워커힐 호텔)이 개장을 준비하면서 직원을 뽑았다”라며 “당시 약 1000만원 정도 연봉을 깎으면서도 미래를 생각해 W호텔에 합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신인경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 총지배인이 8일 서울 강서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파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 재무팀에서 일을 시작한 신 총지배인은 여성으로서 승진하는 데 여러 차례 한계를 느꼈다. 여성이 호텔에서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사례는 뜻밖에도 드물었다. 특별한 경험이나 경력이 없는 여성은 더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 총지배인이 택한 방법은 외국 근무였다.

그는 “호텔에서 (유리 천장을)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라며 “외국계 호텔은 외국에서 일할 기회가 많아서 그때마다 외국 근무를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 외국 근무를 자원할 때에도 여성이란 이유로 벽에 부딪혔다. 신 총지배인은 “아들을 둔 엄마가 가정을 두고 어떻게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거절당했다”라면서도 “W호텔 근무 4년 반 만에 중국 쉐라톤 심천에 재무팀장으로 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중국과 뉴질랜드, UAE까지 거친 신 총지배인은 재무뿐만이 아니라 운영 등에서도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 덕에 2015년 쉐라톤 대구에서 메리어트 계열 최초로 한국인 여성 총지배인이 될 수 있었다.

신 총지배인은 지난 11일 개장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를 가리켜 “서울에서 이렇게 좋은 호텔은 볼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신 총지배인은 “올해 하반기 개장할 서울식물원이 바로 앞에 있어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다”라며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가까우며 시내까지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도 바로 호텔 옆에 있다”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신 총지배인은 “(본인이) 호텔을 잘 운영해야 여성이 호텔업에 더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라며 “만약에 이번에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더는 여성 총지배인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