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료 출신으로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의장을 지냈던 김진표 전 의장은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재정건전성 정책을 비판했다.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것보다 경기 순환 주기에 맞춘 적자·흑자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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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코로나19 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는 계속해서 침체·축소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국가가 재정을 풀어 경기 회복을 도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윤석열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줄였던 점을 비판했다. 그는 “이는 잘못된 판단이자 치명적 실수”라면서 “R&D에 낭비적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R&D 없이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이 세계 G10의 반열에 오른 것도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김 전 의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반도체 기술을 한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후발주자들이 추격해오기 전에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이유로 R&D를 줄인다고 한 것은 바보짓”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우리 반도체 기업 등에 공격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개별 기업인 삼성전자만 해도 160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그의 100분의 1도 지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기술 경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으로 우리 기업 지원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과 같은 반도체 경쟁국에서 공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례를 들며 “우리 역시 기업들에게 보조금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의장은 22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들었다. 그는 “연금개혁은 우리 후세들의 미래와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길”이라면서 “지난 21대 국회 때 (모수개혁안은) 다 합의했지만 결국 무산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 전 의장은 “완벽한 사회 개혁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빨리 모수개혁 합의부터 하고 구조개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