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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2년 6~7월 대구와 경북 구미, 의성 등지에서 피해자 B씨 등 8명으로부터 현금 2억 125만원을 받은 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제삼자 명의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는 방식 등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돈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2022년 6월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대구의 한 가구 자재 납품 업체에 취직하며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다.
그러나 해당 구인광고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 수거·전달책을 모집하기 위해 구직사이트에 게재한 것이었다.
이후 취업한 뒤 A씨는 텔레그램으로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구미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고 조직에 이를 건넸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직업군인 시험을 수차례 봤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편의점, 공장 등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번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서명한 허술한 근로계약서와 근무량에 비해 보수를 많이 받은 점, 특정 계좌에 범죄 수익을 쪼개 송금한 점 등을 바탕으로 A씨가 범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회사 지시에 따라 자재 대금을 받아 송금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고 오히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중 4명은 A씨에 대해 무죄 의견을, 나머지 3명은 유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텔레그램으로 업무 지시를 받고 제삼자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무통장 입금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보이스피싱 범행을 예측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검찰 자료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