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M 갤러리서 개인전 ''말보다는''
사랑 한명 한명이 모두 다른 세계
작품 설명 없애..감상은 관람객 몫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사람들은 한명 한명이 말 그대로 다른 세계죠. 주어진 텍스트보단 각자가 느끼는 감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디밴드 1세대 가수 출신 작가 백현진(50)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전 ‘말보다는’을 여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갤러리는 오는 4일부터 7월 3일까지 백 작가 개인전을 개최한다. 백 작가는 화가·설치미술가·음악가·배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갑질 회장 박양진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백현진 작가가 3일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개인전 ‘말보다는’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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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백 작가는 회화·조각·설치·음악·비디오·공연·대본·퍼포먼스·연기 등으로 구성된 작품 60개를 선보인다. 44개가 회화작품, 9개가 설치 작품, 4개가 음악 그리고 비디오와 대본, 조각이 각각 1점씩이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고 살아가듯, 이번 전시도 어떻게 구성할지 의도하진 않았다”며 “준비하다 보니 이렇듯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백 작가는 전시 이름 ‘말보다는’처럼 이번 전시에서 전시되는 작품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작품 설명이 무용지물은 아니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언어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전시장에 가면 나눠준 텍스트들이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작품에 대한 감상을 관람객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그는 각 사람마다 다른 DNA, 환경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하나의 작품을 봐도 다른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에서 텍스트를 삭제하긴 했지만 회화작품에는 ‘밝은 어두움’ ‘청신호’ ‘자살 방지용 그림’ ‘정리정돈’ 등 구체적인 제목이 달려있다. 백 작가는 “대다수 현대 미술 작품이 무제인데, 무제가 강력하게 주는 신호가 있다고 느꼈다”며 “제 작품의 제목은 가벼운 별명, 애칭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주 투덜거리는 친구를 두고 ‘투덜이’라는 별명을 붙이듯 작품을 두고 직관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제목으로 붙였다”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면 그것은 관람객의 자유”라고 부연했다.
| 백현진 ‘밝은 어두움’(2020), 캔버스에 유화, 206×412㎝(사진=PKM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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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회화 3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작이다. 준비를 하는 데만 3년 가까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지금껏 고민해보지 않았던 유화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유화는 유럽에서 귀족들이 ‘영원함’을 욕망하며 만들어낸 재료로 알고 있다”며 “재료 자체가 가진 목표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조수를 고용해 1년 가까이 자연에서 분해가 가능한 재료를 찾아냈다. 그제야 마음 편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해당 재료로 작업한 결과물은 PKM 플러스 1층에 전시돼 있다. 그는 “작품은 뒷동산에 던져두면 모두 분해돼 사라진다”며 장난스레 “누군가 그림을 사서 실제로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진짜 멋질 것 같다”고 말했다.
“무리없이 살아가는 것.” 백 작가가 10여년 전부터 말해온 삶의 방향성이다. 백 작가는 이런 삶의 태도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루 최소 10시간씩은 잠을 자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는 일을 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무리 없는 삶이다. 그는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 전시 준비 등으로 무리를 하고 있다”며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무리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웃었다.
| 백현진 ‘생분해 가능한 것 21-04’(2021),분해가능 종이에 특수 물감, 119×89㎝(사진=PKM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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