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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현택 기자] “영하 13도, 아이(무용수)들이 오늘은 따듯하다며 웃더군요”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30년만에 전 세계의 손님들을 초대한 자리, 지난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지구촌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장으로써 내외신의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장의 3만 5000여명의 관객은 물론 60억 세계인의 시선이 모인 이날 개회식에서, 유독 큰 탄사를 자아냈던 장구 춤 퍼포먼스, ‘태극 : 우주의 조화’ 는 한국의 미와 역동성을 보여준 공연으로 손꼽혔다.
안병주 예술감독이 이끈 이 공연은 흥겨운 장구 가락과 역동적인 장구춤이 무대를 휘감았고, 184명의 무용수는 하늘과 땅, 물봐 불을 상징하는 4괘를 만들며 무대를 뛰었다. 이후 200여명의 무용수가 모여앉은 태극문양을 순식간에 감싸며 태극기를 형상화한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안병주 감독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 쏟아지는 호평 속에 후련한 웃음을 지을 법도 한데, 부족한 연습시간, 열악한 환경, 강원도의 맹추위와 부상과도 싸워야 했다며 화려했던 잔치 속 설움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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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뭉클합니다. 사실 2017년 11월 무렵에 간곡한 (개회식 참여) 요청이 들어왔고, 당초 기획은 다른 퍼포먼스의 ‘일부’ 정도로만 예정됐던 공연이었습니다. 그런데 킨텍스에서 연습을 하는 것을 본 총감독 등 주최측이 ‘공연이 참 좋다’며 승격을 시켜 하나의 독립 공연이됐죠. “이 공연이야말로 올림픽 개회식 스럽다”는 칭찬이 따라붙었어요. 개회식이 끝난 후에도 주변에서 ‘개회식에 장구춤이 없었으면 어떻게 할뻔 했나’라는 칭찬을 보내주세요. 돌이켜보면 지극히 한국적인 춤에, 모던한 연출적 감각이 잘 버무려진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가미해주신 양정웅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총연출자님께 특별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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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지만, 사실 매우 큰 ‘NG’가 있었어요. 무대 중앙의 원 부분 (태극문양)은 리프트(전동 승강)로 오르내리는 형태였는데 그것이 본 공연 중 고장이 나 버린 것이죠. 마지막 퇴장에서는 장구춤을 추는 무용수(건곤감리에 해당)들은 뛰어서 무대 밖으로 퇴장하고, 원 부분 앉아있던 인원은 리프트로 무대 아래로 사라지는 방식이었는데, 고장이 난 것을 알고는 정신이 아득해졌어요. 자칫 ‘대형 NG’가 날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모든 인원이 무전수신기를 귀에 달고 있었는데 순간적인 대처로 “(원 부분 인원도) 다 같이 뛰어서 퇴장”이라고 소리쳤는데, 마치 원래 약속이 그랬던 것처럼, 완벽하게 다 같이 달려서 퇴장했어요. 누구도 그것이 ‘NG’였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만큼 엄청난 순발력이었죠. 그 순간의 감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뛰어요.
△ 아쉬운 점도 있었을 법합니다.
- 국가의 중요한 행사를 마쳤는데, 환희와 감동이 아닌 ‘도둑맞은 허망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사비를 털어 공연하거나, 텅 빈 관객석을 두고 공연을 할 때도 이런 상실감은 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 어떤 이유인가요.
- 그저 주최측의 따듯한 한 마디, “수고했다”라는 말만 있었어도, 이런 서운함은 없었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고생을 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었는데, 그 노고에 대한 축하의 말은 없었거든요. 폐막 후 방송된 다큐멘터리에서도 이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전혀 담기지 않았어요.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명사인 것은 맞지만, 개회식을 위해 피땀 흘린 사람 중에는 분명히 이 아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연습할 시간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개회식에서 쓰인 무대는 오각형과 삼각형이 합쳐진 독특한 형태입니다. 사각 무대에 익숙한 무용수들에게는 매우 적응이 힘든 공간이지요. 무용수들을 지휘하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대형이나 이동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막상 내려가서 무대 위에 있으면 ‘센터’를 맞추기도 난해하고, 등 퇴장의 동선도 쉽게 깨져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184명의 무용수가 톱니바퀴처럼 맞아들어가기 위해서는 실제 공연을 펼칠 무대에 대한 피나는 적응과 반복 연습이 절실했어요.
그런데 숙소가 평창이 아닌 속초에 있었고, 버스를 통해 평창 스타디움에 도착하면 대기실과 같은 공간에서 쭈그린 채 몇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나오세요’ 하면 뛰어나가서 짧은 시간 연습을 진행하곤 했던 것이죠. 연습이 끝나면 숙소로 다시 돌아왔는데, ‘다음날은 언제 출발하면 되는지’가 전날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주최측 회의에서 모두 결정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도, 지도자도 알람을 몇 시에 맞춰야 하는지를 몰라서 헤맸죠. 심야에 ‘내일은 몇시까지 오라’ 하면 그것을 부랴부랴 전달해야 했죠.
경기장 대기실과 복도에서도 맨발로 뛰며 연습을 하고, 숙소에 와서는 주차장에 나가서 뛰며 연습하곤 했어요. 지도 선생님들은 모두 목이 쉬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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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의 추위는 상상했던 것보다 맹렬했어요. ‘칼로 살을 베는 듯한’ 바람이 불어오곤 했죠. 야외에서 연습해야 했던 무용수들은 내복에 내복을 껴 입고, 발바닥과 등에 핫팩을 붙이며 털모자를 써야만 했어요. 그런 상황이니 아이들은 숨이 가뻐서 ‘픽픽’ 쓰러지곤 했어요. 의무실에는 ‘타이레놀’ 정도 구비된 상황이었죠. 아직도 기억나요. 영하 13도인 어떤 날 아이들이 제게 이러더군요 “교수님, 오늘 너무 따듯한데요”라고요.
강원도로 이동해 연습하기 전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모여 연습을 했어요. 2017년 12월부터 였습니다. 당시 한 무용수가 뛰다가 다리 힘이 풀려서 자기 치마를 밟으며 넘어졌는데, 장구를 들고 있는 바람에 크게 넘어져서 머리를 다쳤어요. 그런데 응급실이나 요원도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119가 출동해서 응급조치를 했죠.그 많은 인원이 격정적인 연습을 하는 현장에, 응급시설이 없다는 점이 매우 뼈아팠습니다.
△특별히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 함께 공연한 무용수들, 강사분들에게 모두 감사드려요. 그리고 자원봉사자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장비를 운반하고, 밥과 음료수도 나르고, 쏟아지는 요구사항을 처리하면서도 얼굴 한번 붉히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항상 웃음으로 응대하고, 어떻게든 해결해주려는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더구나 인사도 어쩜 그렇게 밝게 하는지, 언제든 만나면 꼭 따듯한 밥이라도 한끼 사주고 싶은 분들이었어요.
△ 올림픽 이후로는 어떤 행보를 걸으실 예정이신지요.
-김백봉부채춤 평안남도 무형문화제 보유자로서, 우리나라 부채춤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쓰고 싶어요. 부채춤이 한국 고유의 춤이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유희’라고 폄하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요. 그 가치와 품격을 높이는 과정을 단순히 공연뿐 아닌 SNS까지 활용하여 세계인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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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ㅡ안병주
안무지도ㅡ성재형, 임성옥, 안귀호 안무지도보ㅡ정진한,나용주,정주이,조보라
《경희대학교》
인솔강사ㅡ강미선, 윤단비
《성신여자대학교》
인솔강사ㅡ정경화, 박수례
《계원예고》
전임교사ㅡ김호은
인솔강사ㅡ배강원, 박해정
《국립전통예고》
전임교사ㅡ김은희
인솔강사ㅡ유민정
《덕원예고》
전임교사ㅡ양서정
인솔강사ㅡ구자은, 양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