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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광복 후 일본과도 20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했고 한국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하는 중국과도 수교를 맺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왜 북한에 대해서는 계속 적대적이야 하는가.” 교리는 다르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원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염원은 같았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에 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산하 평화나눔연구소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분단 70년, 한반도 평화와 종교의 소명’을 주제로 ‘평화토크’를 열었다. 개신교의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 불교의 법륜 스님, 천주교의 최창무 대주교가 참석해 현재의 남북 분위기 속에 종교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종화 목사는 “남북 간 체제논쟁은 통일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독일의 경우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을 때 서독은 동독의 체제는 건드리지 않고 교류에만 신경을 썼는데 결국 독일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법륜 스님은 “일본과도 광복 20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이루고 한국전쟁에 100만 군대를 보낸 중국과도 수교했다”며 “우리의 미래를 봤을 때 북한에 대한 관용이 없이 한반도 평화가 가능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무 대주교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상호 비방과 불신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남북의 폭넓은 교류와 협력 없이는 통일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침체한 통일 담론과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는 종교계가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교인들은 이견이 없었다. 박 목사는 “북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라며 “정부가 대북지원을 하려는 민간단체를 ‘위험한 아이’로 취급하는 상황이라면 종교계가 나서 정부와 민간 사이를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 대주교는 “안보의식을 교육하기보다는 폭넓은 평화배움, 평화교육의 장이 열려야 한다”며 “종교인부터 반통일적인 언행을 하지 말고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륜 스님은 “북한의 인권과 난민문제에 대해서도 종교계가 계속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조건 없는 교류에 앞장서야 한다”며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은 모두 현행법 위반이었던 만큼 인도적인 대북지원 과정에서 설사 종교계가 법적인 피해를 당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