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애널리스트의 눈]파생시장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자

김대웅 기자I 2013.09.03 08:00:00
[이중호 동양증권 수석연구원] 대학 강의 시간에나 집중할만 했던, 혹은 헤지나 차익 거래를 위한 전문 투자자들만 관심을 갖던 파생시장이 언제부턴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영역이 돼버렸다.

선물·옵션 만기일이 언제인지 관심도 없던, 소위 증권사 아주머니 고객들도 이젠 시장 폭락이나 외국인들의 급격한 현물매도 공세가 나올 때면 “선물시장에 무슨 일 있나요?” 하고 먼저 묻는다. 또 직접 파생거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서점 내 주식 섹션 한 켠에는 다양한 파생상품 및 시장 관련 서적들이 빼곡하다.

그러나 이런 투자자들의 관심과는 다르게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 규모는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파생상품시장 거래량 기준으로 2011년 세계1위를 기록했던 국내 시장은 2012년 5위로 하락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일 평균 거래량이 50% 이상 감소하며 11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해부터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 인상과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 등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규제가 도입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취지는 좋으나 과한 규제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파생상품시장을 현물시장의 변동성 헤지 혹은 구조화 상품의 다양한 수익 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는데, 규제 확대로 파생상품시장은 물론 현물시장 투자까지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결국은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마련이 시장 활성화에 관건이 될 듯하다.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변동성지수 선물이다. 미래 일정시점의 변동성을 예측하여 변동성 확대 시 매수, 축소 시 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주식시장 헤지 상품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한 이 선물을 이용해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 등 더욱 손쉬운 투자수단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는 S&P500지수를 기초로 산출된 변동성지수인 VIX지수 선물이, 유럽거래소에서는 EURO STOXX50지수 옵션으로 산출된 VSTOXX지수 선물이 상장돼 꾸준히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변동성지수로는 2009년부터 산출된 VKOSPI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에 대한 헤지 및 투기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VNKY지수 선물이나 홍콩 VHSI지수 선물 등에 비해 변동성지수 자체를 이용한 투자 수단은 전무한 실정이다.

파생상품시장이 여러 규제로 인해 헤지수단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변동성지수 선물의 상장은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수단이며, 시장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투자 저변 확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파생상품의 신규 상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의 투기적 성향을 가중시켜 시장의 건정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걱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을 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우려하는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훼손될 것을 막아주는게 변동성지수 선물입니다”라고. 변동성지수 선물 상장을 통해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또 한번 새로운 날개를 달고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