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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톤페어는 참여 업체들이 전세계 바이어들을 만나는 자리다. 오프라인에서만 3만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이들이 공개한 신제품은 100만개가 넘었다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해외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이 눈에 띄었으나 압도적으로 많이 보인 건 중국인 바이어들이다.
행사장 중 국제관으로 조성된 11.2관에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 튀르키예 같은 국가에서 온 업체들이 부스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도 쓸만한 물품을 찾으려는 중국 바이어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은 물론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 전시회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은 점차 줄고 있다. 캔톤페어 한국관에 참가한 기업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4개사에 달했지만 지난해 48개로 급감했다. 올해도 상반기 기준 31개로 예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상하이에서 열리는 또 다른 대규모 행사인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참가 기업은 212개로 역대 최대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크게 줄어든 170여개로 예정됐다.
캔톤페어 같은 대규모 행사는 한국관 주최측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통상 부스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그럼에도 중국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은 점차 끊기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뿐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거물급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최태원 SK(034730)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도다. 이들도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가진 않았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 봉쇄 조치가 끝난 후 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중국을 다녀가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외적으로 중국에서 활발히 사업하겠다고 알릴 때 정치권의 미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는 중국과 패권 경쟁으로 갈등을 겪는 미국의 기업인들의 행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만 두 번째 중국을 찾아 고위급 회담을 벌였으며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가 소비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4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남을 취소하고 중국을 갑자기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 기업에게 중국은 중요한 시장임을 드러내는 사례다.
우리 기업들은 정치적 이유와 중국 현지의 불편함 등을 이유로 중국 진출은 물론 교류까지 줄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 만난 한 한국인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지금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고 예상한다. 미국이 언제까지 중국 시장을 외면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중 관계가 풀리거나 중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구애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는데 이대로 중국 시장을 놓칠 것인가,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