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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찍었던 금값 약세로…지금이 살 기회?

함정선 기자I 2024.09.04 05:00:00

연일 ''사상 최고가'' 찍고 상승세 주춤
고점 부담에 투자 두고 ''고민''
금리인하, 지정학적 갈등 등
금값 상승에 우호적 환경은 지속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금값의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지난달 온스당 25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던 금 가격은 이달 들어서는 약세를 나타내며 25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금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자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리라는 확신이 없는데다 고점을 이어온 만큼 가격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글로벌 환경이 금 가격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어 금값 약세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확실해진 상황에다 지정학적 이슈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금에 대한 수요는 언제든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둔화하며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금리 인하의 요건을 충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값 상승 ‘환경’ 지속

그간 금 가격을 끌어 올린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손꼽힌다. 최근에는 미국이 ‘빅컷(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며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다만 미국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며 빅컷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가 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판단은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인하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가격이 상승하는데, 이달 들어 달러 약세가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봉합되지 않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중동의 확전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금값이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동에서 확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역시 지속 중이다.

특히 이 같은 지정학적 갈등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부추기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중앙은행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본격화했고 이에 2022년 이후 각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급증한 바 있다.

◇금 수요 줄고 ‘고점’은 부담…“단기 조정”

다만 금 가격 상승의 걸림돌도 존재한다. 금 수요의 44%를 차지하는 장신구 관련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금 장신구 수요가 가장 컸던 국가는 중국과 인도로, 전체 수요의 각각 30.1%, 23.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두 국가에서 금 장신구 소비는 축소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금 장신구 소비가 50%가량 감소했고 인도는 하반기 들어 금 수입을 축소하며 7월 수입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한편에서는 역사적으로 9월에는 금값이 약세를 보여온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제 금값이 2017년 이후 매년 9월에는 항상 내렸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에 내렸던 금 가격은 12월에 가장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값이 약세로 돌아서며 국내 금 거래량과 거래 대금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금 1kg의 하루 거래량은 10만 1412g이었으나 이달 들어 3만 3667g까지 줄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10억원에서 36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금값이 고점에 이른 만큼 투기 수요가 빠지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온스 당 3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금 가격의 장기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관련 ETF를 통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금값이 고점이라는 지적에도 최근 일주일간 ‘ACE KRX금현물’ ETF에는 46억원, ‘TIGER 골드선물(H)’ 상품에는 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하고 연준의 금리 인하가 임박한 점은 투자 부문 금 가격을 지탱하는 요인”이라며 “그러나 단기적으로 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점이 부담으로 투기적 수요가 되돌려지며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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