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19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김 매니저는 ‘기업 탐방왕’으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9년 금융투자업계에 뛰어든 이후 1100곳이 넘는 기업을 직접 찾아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중소형 우량주를 발굴하는 데 전문성을 쌓아왔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저평가 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그간의 노하우를 담은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는 책을 펴냈다.
김 매니저는 “국내에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차별 없이 비례적으로 수익 배분과 의결권을 보장받는 권리가 깨져 있었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 사이에 괴리가 생겼던 것”이라며 “주주환원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면 저평가 해소는 단번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방안의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행 상법 382조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단 의미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에 대해 “규정이 생기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김 매니저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단번에 일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사의 충실 의무에 대한 상법 개정”이라며 “다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와 주주환원에 대한 단계적인 제도 개선을 하면서 결국 상법 개정까지 가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징벌적인 상속와 증여세도 낮추는 사회적인 대타협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은 지배주주 입장에서 주가 부양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와 함께 김 매니저는 자사주 제도와 관련해 “소각 의무화를 당장 강제하지 못한다면, 자사주 매입 시 목적을 반드시 기재하게 해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 지배주주와 이사회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매니저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테마에 휩쓸리지 않고 투자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선 PBR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밸류에이션과 함께 모멘텀, 과열 수준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업의 밸류에이션 평가와 관련해 “요즘처럼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높은 구간에서는 단순히 ‘PBR이 몇 배’인지보다 순유동자산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수익가치를, 해당 기업의 경쟁우위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들을 통해 성장가치를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매니저는 이어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에 관심을 갖는 모멘텀이 장기적으로 회사의 펀더멘털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면 이를 감안해야 하고, 해당 종목의 신용잔고율 등을 통해 과열 수준 역시 따져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