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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에 빠진 車서 운전자 극적 구조한 소방관[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⑮

이연호 기자I 2024.02.16 05:50:00

손양호 소방관, 작년 6월 21일 저수지 車 침몰 신고 접수
구조대 도착 지체되자 위험 감수하고 직접 물속 뛰어들어
운전자 뭍으로 올리던 중 의식 회복…무사히 구조 완료
"소방관의 목표는 생명 구하는 것…늘 준비된 소방관될 것"

[편집자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
이상 동기 범죄 빈발,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점차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복합 재난 등 갈수록 흉흉하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매일 희망을 찾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농연(濃煙)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는 일선 소방관들. 평범하지만 위대한 그들의 일상적인 감동 스토리를 널리 알려 독자들의 소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방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고취하고자 기획 시리즈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지난해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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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호 소방관. 사진=본인 제공.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물에 빠진 차에 운전자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들었습니다.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경북 경주소방서 손양호(37) 소방관은 지난해 저수지에 빠진 승용차에서 운전자를 구조하던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이 오싹하지만 인명을 구조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전했다. 실제 다른 구조대원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물속에 뛰어들면서 자칫 자신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이다.

지난해 6월 21일 오전 10시 9분. 손양호 소방관은 경주시 내남면 화곡저수지에 승용차 한 대가 빠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차에 급히 뛰어올랐다. 구조대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우선 구조대에 현장의 상황을 빠르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현장 상황은 급박했다. 후미등이 켜진 채 후방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차량 전면부는 이미 수면 아래에 있었다. 손 소방관은 사람이 안에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나 구조대는 여전히 현장에서 5km 이상 떨어져 있었고, 차는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릴 순 없었다. 다행히 손 소방관은 구급 대원으로 오기 전에 구조 업무를 맡았던 경험도 있었다. 손 소방관은 구조대에 상황 전파 후 활동복을 입은 그대로 입수했다. 뭍에서 약 20미터 떨어져 있는 차량으로 수영해 접근했다.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운전석은 잠겨 있었다. 손 소방관은 소지하고 있던 멀티툴로 유리창을 힘껏 내려찍었다. 그러나 멀티툴이 작아서 그런지 유리창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손양호 소방관이 지난해 6월 21일 경북 경주시 내남면 화곡저수지 상류에서 차량 내부 인명 검색 및 구조를 위해 차량에 접근하고 있다. 사진=손양호 소방관 제공.
시간만 지체될 것 같아 운전석 뒤쪽으로 가 온 힘을 다해 문을 당겼다. 뒷문도 단번에 열리진 않았다. 그러나 차량 내부 수위가 외부와 같아질 때쯤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손 소방관은 즉시 잠수해 뒷좌석을 통해 수색에 들어갔다. 그러다 손 소방관 손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 손이 걸렸다. 빨리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깨를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여러 번 반복했다. 움직이지 않았다. ‘죽었구나’ 생각했다.

상황을 구조대에 알리기 위해 일단 뭍으로 올라가 동료인 최예진 소방관에게 운전자가 의식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고선 다시 헤엄쳐 차량의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구조 대상자가 의식은 없었지만 구조대 도착 이후 차량 인양 등 후속 작업을 더 쉽게 하도록 돕기 위해 운전자를 뭍으로 끌어올릴 요량이었다.

조수석으로 진입해 운전자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손 소방관은 양손을 운전자의 양 겨드랑이에 끼고 차 기어 봉 쪽 중간 부분을 지지대 삼아 발로 밀었다. 전력을 다해 운전자의 몸을 위로 잡아 당기기를 몇 차례 반복하던 중 갑자기 약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손 소방관은 순간 다른 구조 대상자가 있다고 생각했다. 손 소방관은 그때 상황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많이 놀랐다. 인양을 시작할 땐 그저 뒤에 도착할 구조 대원들의 수고를 덜어 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런데 운전자가 살아 있었기에 우선 빨리 꺼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결국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꺼낸 손 소방관은 운전자에게 열어 둔 차 문을 잡고 있으라고 말했다. 습식 슈트를 입은 구조 대원들이 입수를 준비 중이었다. 손 소방관은 운전자에게 “왜 물에 빠지게 됐어요?”라고 물었다. 운전자는 누군가가 자신을 도청하고 죽이려 했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 죽으려 했다고 했다며 횡설수설했다.

구조대원들과 함께 운전자를 지상으로 무사히 옮긴 손 소방관은 그때부터 본연의 임무인 구급 대원으로서의 임무를 또다시 시작했다. 무사히 인근 포항시의 한 병원으로 운전자를 이송한 후에야 손 소방관은 본인의 옷이 흠뻑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지난달 20일 손양호 소방관 등 경북 경주소방서 소방관들이 경주시 산내면 대현리 문복산 정상에서 80대 심정지 환자를 등산 진입로까지 이송하고 있다. 사진=손양호 소방관 제공.
손 소방관은 이때 이후로 구급차에도 기본적인 구조 장비를 조금씩 실어 두기 시작했다. 손 소방관은 “구급 대원으로 일하게 된 지 얼마 안 됐던 때였는데 그때 이후로 구급차는 뛰어난 기동성으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당시 임무 완수 후 동료들에게서 무작정 혼자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똑같은 일이 발생해도 성격상 지켜보고만 있진 못할 것 같았고 결국 더 많이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그 이후 오랫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수상구조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소방관은 그 업무가 화재 진압이든 구조든 구급이든 목표는 오직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것으로 같다”며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수록 그 경계는 희미해질 수 있고 그 어떤 상황이 닥치든 준비된 소방관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손 소방관은 지난해 저수지에 빠진 운전자 구조 당시 자신을 기꺼이 도와준 동료 소방관을 꼭 기사에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당시 운전자는 체격이 매우 건장한 남성이었는데 정신이 온전치 않고 흥분한 상태라 뒷좌석에 같이 탄 여자 동료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며 “당시 공가를 내고 건강검진 중이었음에도 포항까지 같이 가 달라는 제 부탁에 흔쾌히 동승해 병원에서도 장시간 같이 대기해 준 손인석 소방장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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