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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돋보기]펀드시장 희망의 빛 'ETF'

송길호 기자I 2024.01.01 08:00:54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시장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고성장을 지속하던 부동산펀드도 고금리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조를 넘어선 주식시장 시총과 별개로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수년째 100조원(시총의 5%)에 머물러 있다. 시총의 절반까지 성장한 미국 주식형 펀드(20조 달러)의 위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체돼 있다. 개인투자자의 펀드 계좌 또한 수년 동안 1300만 계좌에 머물며 주식 인구(1400만명)에 역전당했다.

희망의 빛이 있다면 ETF의 급격한 성장이다. ETF 순자산은 공모펀드 순자산(360조원)의 3분의1 수준인 120조원까지 성장했다. 30년 역사를 가진 미국 ETF도 뮤추얼펀드(31조 달러)의 2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성장 속도는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 주식형으로 좁히면 ETF가 공모펀드를 대체하는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 90조원에 포함된 주식형 ETF 68조원을 제외하면 실제 순수 주식형 공모펀드는 20조원 남짓이다. 가히 ETF가 간접투자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할 만하다.

ETF의 성장 속도나 주식처럼 거래되는 편의성, 그리고 ETF의 혁신 양상으로 볼 때 ETF로 간접투자시장이 수렴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전통 뮤추얼펀드가 ETF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액티브 ETF 규제완화를 계기로 액티브 공모펀드를 대체하는 액티브 ETF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ETF 상품 혁신도 가속화하며 우리나라의 ELS처럼 수익의 상하한을 사전에 확정하는 구조화증권 ETF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펀드는 물론이고 일반투자자가 간접투자상품으로 거래하는 파생결합증권까지 ETF와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ETF는 간접투자상품 판매채널의 혁신과 재편에 기여할 수 있다. RTF는 펀드 같은 간접투자이만 거래소를 통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직접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의 자기책임원칙이 명확하고 불완전판매 이슈가 사라진다. 그 동안 펀드시장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투자자 신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 권유, 상품 설계, 레버리지, 판매채널 KPI 강화 등의 판매채널 제도를 개선했지만 불완전판매 논란이 계속되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TF는 사모펀드 사태로 침체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사모운용사들에게 사모펀드와 함께 액티브 ETF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실제 미국은 액티브 ETF시장이 성장하면서 신생 사모운용사들이 다양한 투자전략으로 무장한 액티브 ETF를 출시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이 필요한 패시브 ETF는 블랙록, 뱅가드 같은 대형 운용사들이 진출하고, 매니저가 뮤추얼펀드처럼 알파를 창출해야 하는 액티브 ETF시장은 중소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하는 시장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사모펀드 규제강화로 판매사를 찾지 못해 펀드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모운용사의 고객기반 확대와 스케일업을 위해 ETF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자본시장 역사를 보면 간접투자시장의 발전 없이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수요 기반을 확충하며 장기 성장하기 어렵다는 걸 볼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 추세는 개인의 직접투자보다 개인의 간접투자 혁명 덕분이었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일반투자자가 펀드를 사고, 펀드가 주식을 편입하면서 주식시장의 장기 상승을 견인하는 선순환이이뤄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3000만 경제활동인구 중 직접 주식을 하지 않는 1600만 인구가 간접투자를 통해 주식시장 성과를 누릴 수 있도록 공모펀드의 ETF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간접투자의 불완전판매 논란을 완화하고 초과수익 창출 능력이 입증된 사모 운용사가 액티브 ETF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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