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죽여도 돈 내면 장땡? 동물 없는 동물보호법[헬프! 애니멀]

김화빈 기자I 2022.12.12 08:00:00

동물체험카페서 벌어진 학대..업주 버젓이 불법영업
학대 목격한 40여마리 야생동물들 구조 어렵다 왜?
동물보호법 동물의 구조·보호권 제약 한계
농림부, 동물보호에서 복지로 패러다임 전환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불법 야생동물체험카페서 개(똘이)가 주인이 내려친 돌망치에 17차례나 맞아 사망한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업주는 카페서 기르던 킨카주(너구리과)를 개들이 물어 죽였기 때문에 학대를 저질렀다고 항변했다. 잔혹한 동물학대가 발생했지만, 일부 동물들은 즉각 구조될 수 없었다. 미비한 현행법이 피학대동물들의 구조·보호 권리를 제약할 뿐더러 언제든 돈만 지불하면 학대자에게 반환될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돌망치로 17차례나 자신이 기르던 반려동물 개(똘이)를 내려쳐 죽인 혐의를 받는 업주, 당시 학대 행위가 담긴 CCTV 영상 모습 (사진=SBS 유튜브 애니멀봐)
◇수차례 고발에도 불법영업…남은 40여마리 구조 못했다

해당 카페에선 비좁은 공간에 고양이, 라쿤, 킨카주, 알파카 등 포유류뿐 아니라 각종 양서·파충류를 무허가로 전시했으며 일부 개체는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해당 업체를 미등록동물원으로 7차례 고발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업주 입장에선 벌금을 내더라도 미등록 상태서 영업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제 공론화에 앞장섰던 동물자유연대는 지난달 30일 지자체와 함께 개 7마리와 고양이 12마리를 구조해 치료·보호하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 고양이들은 전염병에 노출됐고, 개들은 관리 부실에 따른 건강상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동물이 다른 동물의 학대를 목격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카페에 남겨진 40여 마리의 야생동물들은 미비한 법 때문에 여전히 ‘똘이’를 때려죽인 업주의 소유물로서 영업에 동원되고 있었다.

동물보호법 제14조는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에 대해 격리 보호할 수 있도록 명기했다. 그러나 소유권이 확인되는 동물은 동법 제8조 2항에 근거해 △물리·화학적 상해행위 △살아 있는 상태서 신체 훼손 △도박·광고·오락·유흥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한해 피학대 격리조치가 가능하다.

즉 남은 40여 마리의 야생동물들은 무차별적인 학대를 목격했지만, 업주의 소유임이 분명하고 물리적 상해를 입지 않은 상태였기에 구조될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 한 동물카페에서 일어난 동물학대로 죽은 뚠이(왼쪽)와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는 양과 사슴의 모습 (사진=애니멀봐·동물자유연대)
이에 서울시는 적극적인 법 해석을 통해 똘이를 제외한 개·고양이가 추가 학대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동물자유연대 측에 격리를 위탁한 상태다. 그러자 동물학대 혐의로 수사가 의뢰된 해당 업주는 변호사를 통해 시를 되려 고소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법 14조 한계를 지적하며 이 모든 일은 동물이 민법상 물건에 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동물보호법 제18조에 따르면, 동물 소유자가 보호조치 중인 동물들에게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면 언제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대자가 학대·피학대 동물 보호·치료를 위해 쓰인 비용만 내면 언제든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 동물보호 넘어 ‘복지’ 강화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 동물복지 강화 방안 보도자료를 통해 동물전시·체험카페와 보호센터 등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무분별한 반려동물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 △동물 수입·판매·장묘·동물전시·미용·위탁관리업 일체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영업자의 준수사항 강화를 골자로 한 시행규칙 개편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내년 연구를 거쳐 오는 2024년까지 입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지자체가 학대행위자의 동물 몰수처분과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 법원 결정을 받아 임시로 사육금지를 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은 격리하더라도 학대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법의 미비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학대를 받은 동물의 소유권을 임시 이전하는 방안이 현행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작년 9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학대·피학대 동물에 소요된 비용을 현실화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동물복지 강화방안 중 하나로 보호비용을 현실화하겠다”며 “비록 부수적 방법일 수 있으나 소유자(학대자)는 해당 동물을 반환받을 때 지불할 부담이 강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