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 중 하나다. 그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국호에 사용된 ‘한’(韓)의 유래를 다룬 ‘천년의 금서’, 한국인의 뿌리를 고구려의 역사에서 찾기 위해 10년 넘게 집필 중인 ‘고구려’ 등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소설로 다뤄왔다.
그가 이토록 한국인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작가는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이데일리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에게 한국 기자들이 한국의 문명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중국 문명의 아류’라는 것이었다”며 “한국을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한테 한국인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려는 잘못된 의식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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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김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는 ‘금속활자, 한글, 반도체’에서 한국인의 정체성, 나아가 한국 문명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초로 발명한 금속활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로 평가받는 한글, 그리고 우리의 뛰어난 과학기술이 집약된 반도체”라고 각각의 특징을 꼽은 그는 이것들의 공통점으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전파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한국인의 정체성은 인류가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늘 앞장서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면에는 한국의 역사 인식 부재가 있다. 그는 “지금의 한국사회는 경제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며 “국가는 언제든 이웃나라와 역사 문제로 전쟁을 하게 된다는 점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간의 존재는 시간이 쌓여서 형성되는 것”이라며 “제대로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김 작가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그가 ‘고구려’를 집필하게 된 이유도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의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봐도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 사이 우리의 역사는 중국에 심각하게 빼앗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고학적으로 한국의 문명은 요하문명의 후손이라는 증거가 나오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중국은 요하문명을 자국의 것으로 편입시키려고 하고 있죠. 우리 민족의 뿌리가 중국의 것으로 빼앗길 위기죠. 물론 누군가는 현실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티베트의 역사를 왜곡한 ‘서남공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중국 입장에선 한미일 동맹을 깨기 위해서라도 동북공정을 더욱 밀어붙일 겁니다. 우리도 신장 위구르, 티베트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동북공정 분쇄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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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정체성만 강조하는 태도는 최근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문화다양성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김 작가는 “문화도 문명도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가릴 수 없다”며 문화다양성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문명에 우열이 있다는 대표적인 사상이 서양의 제국주의인데, 문명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니체와 푸코, 레비스트로스 등의 철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생각도 깨졌다”며 “앞으로도 문명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성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작가는 자신을 향한 ‘민족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민족주의도 게르만 민족주의처럼 혈통주의에 치우친 나쁜 민족주의가 있는가 하면, 독립운동가 신채호가 추구한 긍정적인 민족주의도 있다”며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 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중국에 대한 굴종, 그리고 양반사회에서 체화된 스스로를 비하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의 또 다른 관심사는 바로 한국사회다.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한 축이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미중전쟁’처럼 한국을 둘러싼 정치·외교·경제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내년 대선이 다가온 만큼 김 작가도 앞으로 일어날 정치 지형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 대선 후보 1~3위로 이재명, 윤석열, 최재형이 꼽히는데 중요한 건 세 사람 모두 국회에서의 경험이 없다는 겁니다. 국회는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곳인데, 그런 경험이 없는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핫’하다는 것은 지금 한국의 정치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이번에야말로 기존 정치판을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번 대선은 기성 정치권이 깊이 반성하며 ‘무조건 내가 돼야 한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전처럼 네거티브 선거로만 물든다면 국민 사이에 깊어진 골이 더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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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생 △한국외대 법학부 △1993년 첫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 △대표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금서’ ‘글자전쟁’ ‘직지’ ‘싸드’ ‘고구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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