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코로나 사태가 세계적인 대재앙으로 확대된 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처음부터 미온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특히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 편향된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각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팬데믹 선언 과정에서도 중국의 눈치를 살핀 기색이 역력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이 위기의식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고 끝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하게 됐다.
WHO가 지구촌의 위생과 보건을 최종 책임진다는 점에서 업무 추진이 투명·공정·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사태 초기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주변국으로 퍼져가는 데 대해 비상사태로 다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청을 묵살해 버렸다. 뒤늦게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하긴 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예방을 통해 중국의 방역노력을 칭찬한 뒤였다.
사태가 확산되는 데도 중국 봉쇄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도 테드로스였다. 중국이 WHO에 매년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과거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을 WHO 친선대사로 임명하려 했던 데서도 그의 정치적 색깔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다. 바이러스의 사람 대 사람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무시했으며,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해서도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은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진 입장에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테드로스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그 개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더 나아가 미국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WHO의 중국 편향성 문제를 미국 의회가 정식 조사해야 한다”고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가 아니라 ‘중국보건기구’라는 비아냥까지 퍼져가고 있을까. ‘WHO 무용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조짐이 엿보이는 우리 정부에도 적용되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