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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은 기후 변화와 달러 가치에 민감하다. 지난해 2분기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미국에서 홍수가 발생하면서 곡물 중심으로 농산물이 강세를 보였다.
이번에는 코로나19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농산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또 달러로 표시돼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강세로 가격부담이 커지면서 농산물은 약세를 보였다.
농산물 시장도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지만 여타 원자재 펀드와 비교하면 선방했다. 같은 기간 농산물·에너지·귀금속·산업금속을 포함하는 커더더티형 펀드는 수익률 -17.17%를 기록했다. 산유국 가격 경쟁으로 인해 원유 펀드는 최고 60%까지 손실이 났다. 연초 대비 수익을 낸 원자재 펀드는 팔라듐과 금 정도다. 전성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펀드가 버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곡물 시장은 북반구,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4월부터 파종이 시작되는데 코로나19로 파종 지연 우려가 부각됐다”면서 “유가 경쟁 속에서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단기 가격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품목별로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27일(현지시간)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면화 5월물 선물은 지난 연말 대비 25.66% 하락한 파운드당 51.33센트로 마감했다. 10년내 최저치로,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어들면서 의류 매장이 문을 닫는 등 수요 급감이 이유로 지목된다.
반면 오렌지주스 5월물 선물은 지난 연말 대비 21.60% 오른 파운드당 118.20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 종가인 121.65달러는 최근 10개월 사이 최고 수준이다.
영국 BBC는 오렌지주스를 올해 가장 실적이 좋은 자산으로 꼽았다. 스티븐 이네스 악시코프 수석 전략가는 “코로나19가 수요와 공급 양측에 모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면역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으로 오렌지주스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항공 수송 여력이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렌지 최대 산지인 브라질과 미국 플로리다 등에 인력 배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익률이 좋다고 해도 오렌지주스만 집중 투자하는 상품은 드물다. 로저스 국제 농업 상품 ETF(RJA)처럼 농산물을 폭넓게 담는 상장지수채권(ETN)은 오렌지주스 선물을 일부 담고 있으나 비중이 2% 수준으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농산물 펀드는 특성상 기후 예측 등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