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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②"홀로서기를 잘할수록 가족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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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15.11.18 06:00:00

'가족의 두 얼굴' 추천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가족은 소유물 아냐..아이도 인격체로 존중해야"
"아빠-아이 시간 하루 6분뿐..가족정책이 사회 아젠다 돼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혹시 8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홀로서기’라는 시를 아시나요?”

김희정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에게 가족관계의 핵심에 대해 묻자 이 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김 장관은 “가족은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선 둘이 만나는 것”이라며 시구를 인용했다.

1987년 발표된 시 ‘홀로서기’(서정윤)는 사랑을 읊은 서정시다. 300만부 이상 판매돼 한국시문학사상 최대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교보문고가 1987년 12월 31일부터 1년간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해본 결과 ‘홀로서기’가 1위에 올랐다. 이른바 ‘응답하라 1988’ 시절을 강타한 시다.

김 장관은 “가족관계에서 ‘홀로서기’라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이 건강한 자기애·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며 “‘가족 개개인이 건강한 인격체이고 고유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가족문제를 풀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 폭력, 살인 등 가족을 둘러싼 범죄의 밑바탕에는 가족 구성원을 인격체가 아니라 소유물로 여기는 사고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언론에서 종종 표현하는 ‘가족동반자살’은 ‘가족살인’으로 정정해야 한다”며 “가족 구성원을 건강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 간 애정의 ‘관계 통장’을 개설하라고 주문한 책 ‘가족의 두 얼굴’에서 제시한 가족문제의 해법도 결국 ‘홀로서기’라는 게 김 장관의 설명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기애는 어떤 슬픔도 이겨 내게 한다. 각자의 낮은 자존감이 소통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일으키며 가족 간에 상처를 입힌다”며 “홀로서기를 잘할수록 가족이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가족은 홀로선 둘이 만나는 것”

물론 김 장관도 가족관계에서 ‘홀로서기’를 실천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안의 장녀로 컸고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자신의 훈육 방식에 대해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기준을 가진 엄격한 엄마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엄격함을 강조하다 보니 때로는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고 했다. 김 장관이 소개한 첫째 딸과의 일화다.

“첫째 아이가 네 살 때쯤 이가 많이 썩었어요. 치아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죠. 하루는 아이에게 ‘초콜릿을 하루에 몇개 먹었냐’고 수차례 물었어요. 야단을 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금세 울었어요. ‘자신의 말을 엄마가 믿지 않아서 울었다’고 말했어요. 깜짝 놀랐죠. 아무리 어리더라도 한 명의 인간·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거짓말 하지말라’는 내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했을 뿐 ‘내 아이가 진실하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에요.”

이 일을 겪으면서 김 장관은 가족관계에 대해 배웠고 스스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믿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가족의 두 얼굴’ 책에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듯이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구절이 와닿았다”며 “정신과 병원을 찾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책을 통해 가족문제를 풀어가고 배워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 키우며 가족을 배웠다”

김 장관은 지금이 가족문제를 사회적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가족관계가 중요해졌지만 가족과 보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쫓기는 일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빠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6분뿐”이라며 “사회생활은 적극적으로 하면서 가족과는 관계 자체가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아빠와 아이의 교감 시간은 하루 6분으로 OECD 국가 중 최단 시간이었다. OECD 평균은 47분이었다. 한국인의 삶 만족도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정책이 정당의 주요 정책이나 선거를 좌지우지하는 이슈가 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는 국가 지도자가 관심을 가지고 선도적으로 국민에게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가족 이슈라고 생각해요. 가족 자체를 중요한 사회적 핵심 아젠더로 가져오는 것부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봐요.”

김 장관은 사회적 아젠더로 꼽을 만한 가족정책으로 육아정책을 꼽았다. 여가부 정책 중에서는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를 지목했다. 이 센터는 맞벌이 가정의 육아 고충을 해소하기 위한 곳으로 야간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고 아빠 육아학교 등의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올해 지자체 6곳에서 운영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40곳으로 확대된다.

“평범한 엄마·아빠 위한 정책 나와야”

김 장관은 “위기의 가정뿐 아니라 평범하게 사는 엄마, 아빠도 이용할 수 있는 이런 센터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일반 가족들이 가족 문제를 풀 수 있고 자녀 양육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가족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가족관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그동안에는 가족관계가 악순환이 반복되는 사회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족관계를 선순환 하는 구조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가족에게 노력하는 만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재선·부산 연제)을 겸직 중이다. 1971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 대명여고를 거쳐 1994년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33세 나이로 17대 총선(부산 연제)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2010년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재선됐다.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정책위 부의장 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간사 및 법안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 여가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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