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성도 겨울철 뇌졸중 부르는 ‘렘수면 무호흡증’ 경고

이순용 기자I 2026.01.25 09:31:15

“코골이 없어도 뇌졸중 위험↑… 렘수면 무호흡증, 가장 위험한 수면무호흡”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겨울철 기온이 떨어지면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존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렘수면 무호흡증’이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 질환은 비만하지 않거나 코골이가 심하지 않은 마른 체형의 여성에게도 빈번하게 나타나, 기존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통념을 깨고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렘수면 무호흡증은 일반적인 코골이 중심의 수면무호흡증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며 “비만하지 않고 코골이가 거의 없어도, 렘수면 구간에서 호흡 장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 뇌혈관과 심장에 매우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렘수면은 꿈을 꾸는 단계로, 뇌 활동이 각성 상태에 가깝고 자율신경계의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다. 이때 무호흡이나 저호흡이 반복되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고 심박수 변동이 커지면서 뇌졸중과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급증한다. 여기에 겨울철 특유의 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이 겹치면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문제는 검사 결과가 겉으로는 ‘경도’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진규 원장은 “전체 무호흡 지수는 높지 않더라도, 렘수면 동안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환자들은 본인이 중증 위험군이라는 인식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른 체형의 여성 환자 중 고혈압, 반복되는 아침 두통, 원인 불명의 피로를 겪다가 뒤늦게 렘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렘수면 무호흡증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수면의학 분야의 권위자인 스탠퍼드대학교 수면의학·신경과 에마뉘엘 미뇨(Emmanuel Mignot) 교수는 학술 발표를 통해 “렘수면 무호흡증은 전체 무호흡 지수만으로 위험도를 평가하기 어렵다”며 “렘수면 구간에서의 산소 저하와 자율신경계 반응을 반드시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여성과 비만하지 않은 환자에서 뇌졸중 및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이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치료 접근 역시 신중해야 한다. 렘수면 무호흡증은 단순한 코 구조 문제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어, 코골이를 줄이기 위한 수술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한진규 원장은 “원인 분석 없이 코골이 수술을 먼저 시행하면 증상이 가려져 오히려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며 “코골이만 보고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골이 소리에 따라 압력이 자동으로 변하는 자동 양압기보다는 렘수면 시점을 고려해 의사가 압력을 설정하는 정압식 양압기 치료가 치료 효과와 순응도 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렘수면 무호흡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파, 호흡, 산소포화도, 수면 단계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겨울철에 잦은 두통, 낮 동안의 심한 졸림, 이유 없는 혈압 상승이 반복된다면 체형이나 코골이 여부와 관계없이 수면 질환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한 원장은 “렘수면 무호흡증은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쉽게 놓치는 무호흡 유형”이라며 “겨울철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라도 수면의 질과 수면 중 호흡 상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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