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은행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 중반에 그칠 수 있다고 그제 전망했다. 한은이 제시한 수치는 1.6~1.7%로 지난해 11월의 1.9%보다 두 달 사이에 0.2~0.3% 포인트가 내려갔다. 한은은 하향 조정 배경으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이 소비 등 내수에 타격을 주고 있는 점을 들었다. 불안한 정치 상황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는 경고다.
한은의 이번 전망치 수정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우선 매년 2, 5, 8, 11월에 성장률 등 경제 전망 수치를 발표해 온 관례를 깨고 중간에 구체적 수치를 내놓고 하방 위험을 알린 것이 예사롭지 않다.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과거와 크게 다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앞날에 비관적 요소가 많이 깔려있음을 속히 알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각 기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중 가장 비관적인 점도 주목 대상이다. IMF(국제통화기금)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 및 2.1%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평균치 1.7%보다도 낮다.
문제는 수정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더 내려갈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은은 정치 불확실성이 올해 1분기까지만 지속된 후 2분기부터 점차 해소되면서 경제 심리도 하반기 중 이전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여야 대치와 진영 갈등에서 비롯된 정국 혼란과 분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은이 산출한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해 12월 중순 13.8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의 7.8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7에 비하면 거의 두 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위기 방어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자제와 협조 없인 백약이 무효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글로벌 지형의 새판 짜기가 시작된 지금,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우리 경제는 더 망가질 수 있다. 이름 뿐인 여야정협의체지만 서둘러 본격 가동해 위기 수습의 지혜와 힘을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