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원전) 건설부터 운영, 수출까지 원전산업 전주기 생태계 완성의 첫 단추가 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법) 제정에 제동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고준위법과 해상풍력특별법(해풍법)을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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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국회때 여야가 고준위법과 해풍법을 패키지로 묶어서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내용도 상당 부분 협의한 상태”라며 “이번 국회에서 고준위법 역시 처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당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21대 국회의 합의 정신을 살려서 해풍법과 묶어 처리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21대 국회 당시 여야는 고준위법과 해풍법을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채상병 특검법으로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불발했다. 두 법안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의 핵심 쟁점 사항을 전폭 수용하기로 하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고준위법은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최근 21대 국회 여야 합의안과 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제출하면서 이르면 8월 임시회 통과도 점쳐졌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6월말까지 제출한 비쟁점 법안만 이번 임시회에서 다루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고준위법 심사는 9월 정기국회로 밀렸다. 김성환 의원 측은 “이번 회기에는 6월31일까지 발의한 법안만 소관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며 “정기회때 본격적으로 고준위법이 상정, 논의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검토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법안을 바로 상정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정치적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복병은 해풍법이다. 아직까지 야당안은 1건도 제정안 발의가 안 된 상황이어서 패키지로 묶일 땐 고준위법 처리 일정이 무기한 밀릴 수 있다. 같은당 김성환 의원마저도 “고준위법은 ‘미룰 수 업는 과제’”라며 법 처리의 시급성을 언급했지만, 해풍법이 고준위법 처리에 걸림돌이 된 셈이다. 현재 김소희 국민의힘(비례) 의원만 해풍법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해풍법 쟁점은 큰 틀에서 여야가 각각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정부주도’ ‘지자체 권한 강화’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구체적으로 앞서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원이·김한정,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발의한 3건의 제정안에 대해 법안심사소위에서 9차례 논의했지만 △계획입지에 포함되지 않은 기존 사업지역에 대한 입지적정성평가(검토) 문제와 △기존에 허가를 받은 발전사업자가 이 법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 보호(우대)하는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내고 정부주도 사업방식에 힘을 실었다. 보고서는 “해상풍력개발은 광역의 사업구역,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존재, 국가 안보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국가 주도 사업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자체장에게 주민 수용성 확보와 관련된 민관협의회 운영 권한을 위임하면,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아무래도 주민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어 정부를 대행해 주민과 협의하는 것은 일정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고준위법은 지금 처리해도 ‘늦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시급한 법인데, 해풍법과 엮게 되면 또 하세월이다”며 “고준위법과 해풍법은 서로 다른 법인만큼 각각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